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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모 투입 움직임… 中군부 “방공구역 선포” 강경론

입력 | 2015-10-29 03:00:00

美군함 ‘中인공섬 12해리’ 진입 이후




미국이 국제법상 보장된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부근에 자국 군함을 지속적으로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중 간 해상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27일 사상 처음으로 중국 인공섬 12해리(약 22km) 이내에 구축함을 진입시키는 미군의 작전이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으나 ‘영유권 주장 무력화 시도’가 반복될 경우 우발적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측은 미국과의 무력충돌 시 대응 시나리오를 언론에 흘리며 영유권 사수 의지를 밝혔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27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제법이 허용하는 지역이면 어느 곳이든 비행하고 항행하며 작전할 것이다. 이번 작전이 앞으로도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터 장관은 이어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의 한 부분으로서 (항행의 자유에 대한) 약속을 해왔으며 이것은 미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해상작전이 단순한 무력시위가 아니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월한 해군력을 앞세워 중국의 해상 패권 도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한 어디서든 비행하고 항행할 수 있다”고 말해 중국과의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현재 싱가포르에 파견되어 있는 군함 포트워스와 항모 시어도어루스벨트 그리고 순양함 노르망디 등이 28일 싱가포르를 출발할 예정”이라며 남중국해 항모 투입 가능성에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에 일격을 당한 중국은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27일 하루 종일 항의를 이어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이 항의 성명을 낸 데 이어 밤에는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이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항의 내용이 담긴 시평을 내보냈다.

중국 누리꾼들은 미국 군함의 인공섬 12해리 이내 진입을 주권침해 행위로 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나라가 강대해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천하가 평화로워도 전쟁을 잊으면 위험하다”는 전국시대 병법서 ‘사마법(司馬法)’ 구절까지 들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지속적인 군함 투입 방침을 굳힌 가운데 중국의 대응 시나리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해군 전문가 리제(李杰)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과 옛 소련 간에 흑해에서 1988년 일어났던 것과 유사하게 군함 축출을 위해 군함을 들이받는 충격 요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소련은 그해 2월 12일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 항의 해군 기지 7해리 이내로 진입한 미 순양함 요크타운과 구축함 캐런이 몇 차례 경고에도 떠나지 않자 호위함 베자베트니를 보내 미 군함을 들이받았다.

쑨저(孫哲)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미 군함의 레이더를 차단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시행할 수도 있고, 군함이 아닌 민간 선박을 보내 미 군함과 대치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8일 사설에서 “미 군함이 항해 중 정지해 추가적인 활동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반격을 해야 한다”며 “그 조치에는 레이더 방해, 전자파 간섭 등도 있지만 항공기를 파견하거나 군함을 들이받는 반격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군의 대표적 강경파 인사인 뤄위안(羅援) 예비역 소장은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2013년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으나 미국은 즉각 B-52 폭격기를 사전 통보 없이 출동시키는 등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군함 파견을 빌미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거나 혹은 지금까지는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를 취소하고 군사화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이번 기회에 중국이 난사 군도나 인공섬 등에 영해 기선을 선포해 영토 및 영해화 작업을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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