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쉽게 믿어줄 거라고 여기고 인터뷰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김 씨는 “사람들은 내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고, 숨어 있다는 표현 자체가 불륜을 인정하는 것 같아 ‘아니다’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부인(否認)의 말이나 그것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기대가 아니라 더 이상 숨어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으로써 두 사람 사이에 불륜이 있었고 그래서 여자는 숨어 있는 것이라고 여기던 사람들의 인식에 균열을 가하는 것이다.
▷진실은 흔히 고체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액체에 가깝다. 많은 진실이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식일 뿐이다. 김 씨가 침묵하고 숨어 있으면 불륜은 진실로 굳어져 간다. 김 씨의 전략은 이런 고체화 과정에 개입해 그것을 다시 액체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어주든 안 믿어주든 ‘보지 않고서야 불륜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어떻게 알겠느냐’라는 유동적 상황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것으로 성공한 셈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