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성적표]<4>총선 공식 선거비용 최초 분석
2012년 3월 30일 19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선거공보물을 분류하고 있다. 19대 총선의 경우 법정선거비용 지출액한도안에서 지출액이 가장 높았던 후보자가 당선된 확률은 35%에 불과했다. 동아일보DB
과거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여전히 선거 현장에서 ‘돈’은 위력적인 선거 수단이다. 이 조사 결과는 이 법칙과 다르게 나왔다고 해석된다. 물론 현실에서 느끼는 ‘체감비용’과는 차이가 있다. 신고액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지출된 것이어서 사전 선거운동 비용은 제외된다. 또 선거 후 당선 무효를 우려해 후보 측은 신고 과정에서 갖가지 편법을 동원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런 한계는 있지만 총선 후보자 전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다각적으로 분석한 것은 돈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짚어보는 유의미한 첫걸음이다. 이 분석은 영남대 한국연구재단 SSK팀 정준표 김정도 교수와 함께 진행했다.
나머지 161명은 상대 후보보다 돈을 덜 쓰고도 승리했다. 126명은 두 번째로 많은 선거비용을 지출해 당선됐고, 32명은 자신보다 돈을 더 많이 쓴 상대 후보 2명을 제쳤다. 선거비용 지출 순위가 4위였는데도 당선된 후보자도 3명이나 됐다.
충북 충남 강원 울산 광주의 당선자들 중 가장 많은 선거비용을 지출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반면 서울에서는 당선자 48명 중 29명(60.4%)이 돈을 가장 많이 쓴 후보였다. 평균 선거비용은 약 1억6030만 원이었다. 수백, 수천 표차로 당락이 갈리는 서울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 텃밭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영남 지역구 67곳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평균 선거비용은 약 1억6490만 원이었지만 열세인 호남 지역구 17곳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신고한 선거비용 평균은 약 8080만 원에 불과했다. 절반 수준인 셈이다. ‘어차피 안 될 선거’라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영남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은 20.1%였다. 야당 관계자는 “영남 중에서도 ‘낙동강 벨트’는 호남 출신 유권자 비율이 15% 정도 돼 해볼 만하다는 심리가 있다”며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비용 지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정선거비용 지출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득표율이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을 경우 당선자는 낙선자보다 평균 104만 원을 더 썼다. 5%포인트 미만의 박빙 승부에서는 오히려 낙선자가 40만 원을 더 지출했다.
정당별로는 옛 통합진보당이 평균 1억7377만 원을 지출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민주당(1억6622만 원) △새누리당(1억5675만 원) △무소속(1억1540만 원) △자유선진당(8919만 원) 순이었다. 당시 획득한 의석수는 새누리당(152석), 민주당(127석), 통진당(13석), 선진당(5석), 무소속(3석) 순이었다.
○ 선거판의 ‘불편한 진실’은…
선거 현장에서 들어가는 돈의 대부분은 ‘밥값’이다. 선거사무원들은 19대 총선 당시 1인당 하루 7만 원의 실비를 지급받지만 100∼200명에 이르는 무급 자원봉사자들의 식사비용을 조달할 길이 없다는 것. 선관위는 19대 총선 당시 ‘자원봉사에 대한 대가 제공’을 적발해 11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