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인쇄박물관 내사 착수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고려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금속활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가짜로 판명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28일 증도가자 조작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수사관 2명을 고인쇄박물관으로 보내 박물관 측이 증도가자를 입수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이 수사관들이 가짜로 판명된 증도가자를 박물관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해 보관하고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밝혔다. 이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며 박물관 측에 넘긴 경북대 산학협력단 측은 출처에 대해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증도가자의 입수 경로는 의문에 싸여 있다.
○ 금속활자 복원 사업 중에 입수
증도가자는 이 과정에서 고인쇄박물관에 들어왔다. 연구를 수행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2010년 8월경 자료 구입비로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투입된 사업비는 총 4억 원(국비 2억 원, 지방비 2억 원)이었으며 증도가자 구입에는 8630만 원이 들었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을 이끈 서지학자인 남권희 교수는 여전히 이 증도가자가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이 끝난 뒤 고인쇄박물관은 연구용역 결과물로 증도가자를 경북대 산학협력단에서 넘겨받았다. 인수 과정에서 진위 검증은 없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고, 경북대 측에서 진짜 증도가자라고 해서 받았다”며 “이번에 국과수에서 가짜라는 판명이 나면서 우리도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베일에 가려진 증도가자 출처
증도가자를 누구한테서 구입했는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인쇄박물관 측은 경북대가 증도가자 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금속활자 전문가 3명에게 감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와 어떻게 가격 산정을 했는지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경북대 산학협력단 측에서 누구에게 구입했고, 왜 그 가격을 책정해 구입했는지에 대해 아무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straw825@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