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문화부
7일 문화재청에서 열린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회의에서 한 전문가가 제시한 의견이다. 금속활자를 다루면서 내부 구조를 파악하려면 CT를 해보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증도가자는 가짜”라는 검증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증거 역시 3차원(3D) CT 사진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국과수의 CT 결과를 알고도 회의에서 이를 숨겼고 CT를 찍어보자는 전문가의 요청도 묵살했다.
문화재청은 28일자 본보의 “문화재청, ‘증도가자는 가짜’ 통보 묵살”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를 이날 오후 배포했다. 문화재청은 해명자료에서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과학적 장비와 이를 활용할 전문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본보의 지적에 대해 “CT 등 관련 장비와 함께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문화재청 주장과 달리 정작 연구소의 관계자는 “직원이 대부분 인문학 전공자들로 구성돼 과학적인 검증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과수가 6명의 적은 인원으로 증도가자가 가짜임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과학적인 검증 기법뿐만 아니라 석연치 않은 고미술 업계의 이해관계에서도 독립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짜 증도가자’ 사태를 계기로 국가 문화재 지정 시 출처를 확실히 파악하지 않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종춘 대표는 “대구에 사는 고미술 수집가로부터 증도가자를 구입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출처나 유통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아무리 사유재산이라지만 한 나라의 혼이 담긴 국가지정 문화재가 되려면 출처부터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증도가자가 가짜라는 국과수의 결과를 듣고서도 ‘구체적인 자료로 제공받지 않아 공식 회의에서 언급하지 않았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기에 앞서 문화재청은 부실한 검증으로 논란을 키운 것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