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실수가 없다면 골은 나오기 어렵다.”
48세의 나이에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요코하마 FC에서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미우라 카즈요시의 말이다. 프랑스 축구의 전설인 미셸 플라티니(60)도 “완벽한 플레이만 있다면 득점은 불가능하다”며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실수가 한국 청소년 축구대표팀에서 먼저 나왔다.
● 선제골 허용에 준비한 축구 못해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준 적이 없다. 탄탄한 수비 라인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상대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몰아쳐 조별리그 1, 2차전 승리를 따냈었다. 하지만 단판 승부인 16강에서 먼저 실점한 한국은 조별리그 때와 같은 두터운 수비 라인을 계속 유지할 수 없었고, 결국 후반 22분 또 다시 역습을 허용하며 마티아스 베레트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보프 브로와이스 벨기에 감독은 “우리가 선제골을 넣은 뒤로 한국의 경기 스타일이 조별리그 때와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 일어나라 이승우!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승우(FC 바르셀로나)는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은 채 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최진철 대표팀 감독(44)이 다가가 일으켜 세웠을 때는 이미 이승우의 두 눈이 젖은 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날 후반 27분 얻은 페널티킥을 실축해 추격의 기회를 날린 이승우는 추가 시간을 포함한 약 20분 동안 엄청난 부담을 안고 뛰었다.
이번 대표팀 중 유일한 해외파인 이승우는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 2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한국의 연승행진에 힘을 보탰다. 21명의 대표팀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이승우는 이번 대회전까지만 해도 무리한 돌파와 지나친 골 욕심 때문에 ‘축구를 혼자서 다 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패스와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는 부지런한 움직임, 최전방에서의 상대 압박 등 헌신적인 선수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다.
17세 이하 대표팀은 역대 최고 성적인 8강을 넘어서지 못하며 대회를 마쳤지만 이승우 뿐 아니라 ‘리틀 기성용’으로 불리는 김정민(금호고), ‘포스트 김신욱’ 오세훈(울산 현대고) 등 황금세대 출현 가능성을 봤다는 결실을 남겼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