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진학교 자폐성장애학생들이 오는 31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고양퀸즈여성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선다.
지난 수개월간 연습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가다듬은 이들은 1천5백여명의 학부모, 학생 및 지역 주민 앞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자폐성장애학생들과 성인여성합창단의 뜻 깊은 무대는 올해로 3년째.
2013년부터 ‘장애인 합창단 만들기’ 공동체 사업을 시작한 고양퀸즈여성합창단은 한국경진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상대로 합창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악보를 볼 줄 모르는 학생들과 마주 보고 입 모양, 가사, 음정을 맞추는 등 고된 연습 끝에 그해 11월 제1회 정기연주회 때 학생들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단원들은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공연을 잘해준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고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객석에 있던 학부모들과 선생님들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무대에 설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합창부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가장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물으니 그동안 배웠던 노래 중 ‘과수원길’, ‘휘파람 불며’, ‘노을지는 강가에서’, ‘사랑으로’, ‘거위의 꿈’, ‘마법의 성’, ‘행복합니다’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올해 공연에서는 ‘마법의 성’과 ‘행복합니다’를 부르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신이 나서 해준다.
일반고를 졸업하고 한국경진학교 전공과에 다니고 있는 하은 양은 “평소 합창부 친구들을 너무 부러워했는데, 경진학교에서 합창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더 많이 공부해 내년에는 지휘자 선생님께 작곡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할 작정이다”고 환하게 웃었다. 또 같은 전공과 지형 군은 “친구들이 베토벤을 닮았다고 해서 합창부에 들어왔다. 피아노를 치는 선생님이 너무 예뻐 베토벤처럼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고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고등학교 2학년 수희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해 떨리지만 잘할 수 있어요”라고 당차게 말했고, 중학교 3학년 우빈이는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합창부가 좋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한국경진학교 김은주 교장은 “우리 학교 교훈이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로 생활하여 희망찬 내일을 갖자’이다. 학생들에게 꿈과 소망을 심어주어 사회에 나가서도 당당하게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합창도 이 과정의 하나이다. 음악을 통해 밝은 표정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한국경진학교는 1997년 설립돼 현재 34학급(유치 6학급, 초등학교 12학급, 중학교 6학급, 고등학교 6학급, 전공과 4학급)으로 편성되어 있으며, 207명의 재학생과 65명의 교사 및 일반직·특수교육 보조원 5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