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가정이란 없다. 그러나 ‘가정’을 통해 역사를 보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거울과도 같다. 대개의 역사소설은 하나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 하나의 가정이 있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살아남았다면?’이라는 발칙한 가상이다. 노량해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면 이순신과 조선은 어떻게 됐을까.
가상역사소설 ‘이순신의 나라’(임영대 지음 l 새파란상상 펴냄 l 전2권)는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죽지 않고 ‘만약’ 살아남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가상에서 출발한다. 사실 이순신 장군의 삶은 극적이다. 오죽했으면 자살설까지 나왔을까.
“네 이놈들! 어서 비켜나지 못할까!” “그리는 못하오! 어서 통제사또를 놓아주시오!” 이야기는 이순신을 잡아오라는 선조의 금부도사가 고금도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어명에 복종하는 이순신은 순순히 함거(옛날 죄수를 이송하기 위해 수레 위에 만든 감옥)에 오르지만 백성들은 그를 그냥 보낼 수가 없다. 함거를 막아선 백성들 틈을 뚫고 이순신의 오른팔인 안위가 등장한다. 안위는 금부도사를 협박하고 함거를 부셔 이순신을 구출한다.
신하라는 자리를 박차고 이순신은 임금의 목에 칼을 겨눌 수 있을 것인가? 임금이 아니라 간신을 처단한다는 이순신의 목표에 부하 장수들은 난감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결전의 시간은 다가오기만 하고, 이제 해상에서의 격돌은 피할 수 없다. 이윽고 이순신의 함대가 북상을 시작한다. 조선판 쿠데타다. 이순신의 쿠데타는 성공할 것인가.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종횡무진 자유롭게 상상의 표창을 날리고 있다. 임진왜란을 거친 수많은 장수들과 재상들의 군략과 지략을 촘촘하게 엮어 마치 드라마의 배우들이 책에서 튀어나올 듯 하다. 역사블로거로 누리꾼 사이에서 이름나 있는 임영대 작가는 실제보다 일찍 개항한 조선을 그린 ‘봉황의 비상’ 등 역사의 분기점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지금과는 다른 역사가 되는 이른바 ‘대체역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