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공기처럼 늘 식탁에 오르는 김치. 밥상의 터줏대감 김치를 제대로 대접했던가? 예수가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했듯 김치 역시 그랬다. 김치를 소설무대에 올린 이유다.”
독특한 소설이 우리 곁에 왔다. ‘김치 읽는 시간’(김진초 지음 l 도화 펴냄)이다. 간단히 말하면 김치를 소재로 한 13편 김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이다. 김치와 관련된 에피소드로 갖가지 양념에 버무린 이바구들이다. 내시와 수양딸의 고단한 인생을 고수김치에 빗댄 ‘내시김치’, 마라도에서 태어난 소녀와 백인남자 이야기를 백김치처럼 시원하게 쓴 ‘너의 영토’, 성미 급한 아버지와 딸의 갈등이 벼락김치와 조화를 이룬 ‘벼락김치’ 등이 그것이다.
소설집 ‘김치 읽는 시간’은 ‘사람의 가치 상실과 인간관계의 갈등을 육화된 김치의 세계를 통해 현실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소설적 형상의 품위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