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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김치만큼만 살아라…김치 소설집 ‘김치 읽는 시간’ 출간

입력 | 2015-10-29 20:04:00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공기처럼 늘 식탁에 오르는 김치. 밥상의 터줏대감 김치를 제대로 대접했던가? 예수가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했듯 김치 역시 그랬다. 김치를 소설무대에 올린 이유다.”

독특한 소설이 우리 곁에 왔다. ‘김치 읽는 시간’(김진초 지음 l 도화 펴냄)이다. 간단히 말하면 김치를 소재로 한 13편 김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이다. 김치와 관련된 에피소드로 갖가지 양념에 버무린 이바구들이다. 내시와 수양딸의 고단한 인생을 고수김치에 빗댄 ‘내시김치’, 마라도에서 태어난 소녀와 백인남자 이야기를 백김치처럼 시원하게 쓴 ‘너의 영토’, 성미 급한 아버지와 딸의 갈등이 벼락김치와 조화를 이룬 ‘벼락김치’ 등이 그것이다.

소설집 ‘김치 읽는 시간’은 ‘사람의 가치 상실과 인간관계의 갈등을 육화된 김치의 세계를 통해 현실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소설적 형상의 품위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때로는 입으로 때로는 눈으로 먹기만 하던 김치에 언어를 입히다 보니 그 속성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는 걸 알았다. 날김치는 자연의 풋내로, 익은지는 맞춤하게 숙성된 기품으로, 묵은지는 쿰쿰하면서도 그윽한 울림으로 차별화된 매혹을 자랑하지만, 익기도 전에 냉장고를 들락거려 미친 김치는 먹을 수가 없지 않던가?”라는 작가의 말처럼 김치처럼 삶을 살기도 녹록치 않다, 아니 김치처럼만 살만 ‘괜찮은 인생’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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