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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김장철 새우젓 왜 비싼가 했더니…

입력 | 2015-10-30 03:00:00

극심한 가뭄으로 젓새우 어획량 급감… 새우젓 경매 도매가 작년의 4배 급등
어시장 상인 “손님 줄어들까 걱정”




28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인천 앞바다에서 잡아 온 젓새우를 살펴보고 있다. 젓새우는 살이 굵고 통통하며 연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매년 11월이면 출가한 자녀, 친척과 함께 김장을 담가 나눠 먹었던 주부 유연경 씨(58)는 요즘 김장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새우젓 가격이 2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그간 인천 강화도 앞바다에서 잡은 새우젓을 구입해 김장에 충분하게 넣어 숙성시킨 뒤 겨울 내내 먹었다. 유 씨는 “김장에 새우젓이 빠지거나 적게 들어가면 다른 젓갈을 넣어도 싱싱함과 감칠맛이 떨어진다”며 “배추와 무 농사가 풍년을 맞아 지난해보다 가격이 내려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흔히 새우젓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오젓(음력 5월), 육젓(음력 6월), 추젓(말복 지난 뒤), 백하젓(겨울)으로 구분된다. 강화도에서는 새우젓을 담그는 데 쓰는 길이 2cm 미만의 젓새우가 연간 3000t 이상 잡힌다. 전남 목포, 신안과 함께 전국 3대 새우젓 생산지다. 특히 강화도 염전에서 난 천일염으로 담가 토굴에서 발효시킨 새우젓은 껍데기가 얇고 영양가가 높아 인삼, 순무와 함께 강화도의 대표 특산물로 꼽힌다.

2013년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이 강화도에서 생산된 새우젓의 대부분을 판매하는 경인북부수협의 저장 시설에서 12개월간 숙성시킨 새우젓의 생화학적 품질 요소를 분석한 결과 다른 시장에 비해 염도는 낮은 반면 유산균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저장 시설에 들어온 새우젓의 염도는 초기 18%로 조사됐지만 3개월 동안 감소하다가 이후 13.1%로 일정한 농도를 유지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새우젓의 염도(20.4∼25.1%)와 비교했을 때 훨씬 낮았고, 몸에 좋은 유산균은 2배나 많았다.

이처럼 강화도가 새우젓 산지로 유명한 것은 한강과 임진강에서 흘러나오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영양 염류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바닷물 속의 규소, 인, 질소 등을 총칭하는 영양 염류는 논이나 밭의 비료와 같아 새우의 먹이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해조류의 번식을 좌우한다.

하지만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강화도 연안 젓새우 어획량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비가 많이 내려 이들 강물이 강화도에 지속적으로 흘러들어 염도가 낮아져야 젓새우가 많이 잡히는데 올해는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 강화군의 설명이다. 게다가 정부가 강화도와 경기 김포에서 젓새우를 잡기 위해 출항하는 어선 70여 척이 사용하는 개량형 안강망의 조업을 허가하지 않아 부두에 묶여 있는 것도 어획량이 줄어든 원인이다.

경인북부수협이 최근 연 경매에서 새우젓 한 드럼(200kg)의 최고 도매가가 250만 원을 기록했다. 1993년 새우젓 경매를 처음 시작한 뒤 가장 높은 값에 팔렸다. 지난해 9월 1일∼10월 22일 새우젓 9017드럼이 이 수협 위판장에 나왔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2915드럼으로 줄어 드럼당 평균 143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33만 원)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이에 따라 강화도나 인천 앞바다에서 잡은 젓새우를 공급받아 판매하는 중구 인천종합어시장과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는 가을에 담근 추젓이 kg당 1만5000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5000원 안팎에 팔렸다.

인천종합어시장의 한 상인은 “새우젓 가격이 크게 올라 김장철을 앞두고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개량 안강망을 사용하는 어선들이 가세해 어획량이 크게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