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종의 ‘귀천도애’는 영화 ‘귀천도’의 주제가였다.
■ 1996년 10월 30일
1996년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에 김민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8월 자신이 발표한 노래 ‘귀천도애’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사실을 알게 된 지 2주가량이 지난 뒤였다.
이날 김민종은 ‘귀천도애’가 일본 그룹 튜브의 ‘서머 드림’의 일부를 표절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더 이상 노래하지 않겠다”면서 가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민종은 당시 연기자로서뿐 아니라 가수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톱스타로 군림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작곡가 서영진에게 확인한 결과 ‘서머 드림’을 일부 표절했음을 확인했다”면서 “표절로 확인된 이상, 시중에 나와 있는 앨범도 모두 회수해줄 것을 제작사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앨범은 이미 수십만장이 팔린 상황이었다.
‘귀천도애’의 표절 논란은 PC통신을 통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귀천도애’가 ‘서머 드림’과 닮았다는 주장에 그렇지 않다는 반박이 논쟁을 벌였다. 이를 본 김민종의 팬클럽 회원은 이 논란의 글들을 모아 김민종에게 전했다. 김민종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뒤 작곡가에게 표절 여부를 확인했다. PC통신에 관련 토론방을 개설한 고교생과 전화통화를 하고 자신의 행보에 대해 고민을 나눴다. 그리고 일주일의 고민 끝에 가수 활동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한 음성정보제공회사는 전화를 통해 표절 시비곡과 원곡을 비교해보는 서비스를 내놓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귀천도애’ 역시 그 대상곡 중 하나였다.
이처럼 적지 않은 가수들의 표절 시비가 이어지고 실제 사례가 다수 드러나면서 방송가와 가요계는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가요 및 음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기곡이 창출하는 수익의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표절의 유혹은 끊이지 않았다. 간단한 기기만으로도 샘플링이 가능한 제작환경 역시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