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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폐렴 발병 건물서 500명 공채시험

입력 | 2015-10-30 03:00:00

폐쇄 3일전 25일 실시… 환자 하루새 10명 늘어 31명 ‘불안 확산’
큐열-메르스-레지오넬라 등 음성… 발병 열흘 지났지만 원인 오리무중




서울 건국대에서 19일 처음 발생한 폐렴 증상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환자 수는 늘고 있어 또 다른 감염병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에서 활동하다 호흡기 질환에 걸린 사람 수가 총 31명으로 전날에 비해 10명 늘었다. 이 중 23명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8명은 증상이 경미해 집에서 격리 중이다. 보건당국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환자들도 모두 안정적인 상태이고, 이 질환의 사람 간 감염 여부는 1∼2주 안에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환자들이 접촉했거나, 해당 건물의 실험실에서 자주 다루는 소(소 세포)를 매개로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 감염병인 브루셀라와 큐열 등은 유전자 증폭검사(PCR) 결과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 폐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클라미디어, 백일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독감, 코로나 바이러스 등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에어컨을 통해 자주 감염 상황을 발생시키는 레지오넬라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지만 역시 음성 반응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혈청 검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브루셀라, 큐열, 레지오넬라에 대해선 혈청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보건당국은 바이러스와 세균이 아닌 실험실의 환경이나 화학물질로 인한 폐렴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동물 관련 실험실 특성상 화학물질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며 “병원체뿐 아니라 환경이나 화학물질의 관련 가능성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입원 환자 23명은 국립중앙의료원(15명)을 중심으로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산소호흡기 착용 등 환자 상태가 위중할 때 시행되는 시술을 받고 있는 환자는 없다.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이 된 접촉자도 늘고 있다. 특히 25일 SK그룹이 해당 건물에서 신입사원 공개 채용 필기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능동감시 대상자 수는 전날보다 500여 명 늘어 총 1350여 명이 됐다. 능동감시 대상자는 정상 생활을 하면서 몸에 이상 징후가 생기면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환자들의 상태가 안정적이고, 회복세도 나타나는 것을 감안할 때 ‘사태는 해결되지만 원인은 미궁’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가지정 격리병상의 한 관계자는 “폐렴의 경우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치료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질환도 그런 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르스를 겪고도 음압병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폐렴 증상을 보인 한 환자가 서울의료원에 입원하려 했지만 음압병실이 부족해 입원하지 못했다. 의료원 측은 “규정된 음압병실이 5개이고, 추가로 더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려 환자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