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3일전 25일 실시… 환자 하루새 10명 늘어 31명 ‘불안 확산’ 큐열-메르스-레지오넬라 등 음성… 발병 열흘 지났지만 원인 오리무중
서울 건국대에서 19일 처음 발생한 폐렴 증상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환자 수는 늘고 있어 또 다른 감염병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에서 활동하다 호흡기 질환에 걸린 사람 수가 총 31명으로 전날에 비해 10명 늘었다. 이 중 23명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8명은 증상이 경미해 집에서 격리 중이다. 보건당국은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환자들도 모두 안정적인 상태이고, 이 질환의 사람 간 감염 여부는 1∼2주 안에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환자들이 접촉했거나, 해당 건물의 실험실에서 자주 다루는 소(소 세포)를 매개로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 감염병인 브루셀라와 큐열 등은 유전자 증폭검사(PCR) 결과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 폐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클라미디어, 백일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독감, 코로나 바이러스 등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에어컨을 통해 자주 감염 상황을 발생시키는 레지오넬라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지만 역시 음성 반응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혈청 검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브루셀라, 큐열, 레지오넬라에 대해선 혈청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입원 환자 23명은 국립중앙의료원(15명)을 중심으로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산소호흡기 착용 등 환자 상태가 위중할 때 시행되는 시술을 받고 있는 환자는 없다.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이 된 접촉자도 늘고 있다. 특히 25일 SK그룹이 해당 건물에서 신입사원 공개 채용 필기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능동감시 대상자 수는 전날보다 500여 명 늘어 총 1350여 명이 됐다. 능동감시 대상자는 정상 생활을 하면서 몸에 이상 징후가 생기면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환자들의 상태가 안정적이고, 회복세도 나타나는 것을 감안할 때 ‘사태는 해결되지만 원인은 미궁’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가지정 격리병상의 한 관계자는 “폐렴의 경우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치료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질환도 그런 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르스를 겪고도 음압병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폐렴 증상을 보인 한 환자가 서울의료원에 입원하려 했지만 음압병실이 부족해 입원하지 못했다. 의료원 측은 “규정된 음압병실이 5개이고, 추가로 더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려 환자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