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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중인 장기려 박사(왼쪽). CTS기독교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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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잊히고 있지만 김 추기경에 앞선 ‘원조 바보’가 있습니다.
“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삶은 성공한 삶입니다.” 12월 25일 20주기를 맞는 장기려 박사(1911∼1995·사진)의 말입니다. 그의 삶을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방영을 알리는 CTS 기독교TV의 자료가 그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6월에는 부산에서 ‘장기려로’라는 도로가 개통되기도 했습니다. 고신대복음병원 부근의 800여 m 구간입니다.
그가 바보로 불린 것은 뇌경색으로 반신이 마비될 때까지도 가난한 환자들을 도왔고, 자신을 위해서는 집 한 칸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은커녕 세간조차 변변한 게 없었고, 누군가가 선물한 TV도 도둑맞았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결혼해 3남 3녀를 두었지만 6·25전쟁 중 아들 한 명만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온 그는 1951년 부산에서 무료 진료기관인 복음병원을 설립합니다. 1976년까지 25년간 원장으로 있으면서 1968년에는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발족시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일정한 비용을 내면 진료가 가능한 의료보험의 원형이죠. 1979년 막사이사이 사회봉사상을 수상합니다.
이 다큐는 ‘끝나지 않은 사랑의 기적, 장기려’(11월 21일 오후 3시, 23일 오후 11시 방영)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바보들의 삶도 다룬다고 하네요. 장 박사의 삶을 좇아 국내외 오지에서 의료선교 중인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과 9년째 아마존 밀림을 찾아가 인술을 베풀고 있는 고신대복음병원 의료진입니다.
장기려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고신대 석좌교수)의 전언입니다. “생전에 뵐 기회가 있었는데 순수, 순진, 순박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게 하는 분이었죠. 평생 혼자 살면서 북에 있는 부인과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컸습니다. 1980년대 미국에 거주하는 제자 주선으로 중국에서 부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거절했다고 합니다. ‘다른 이산가족에게 미안해서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고 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