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은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은 내년 장학퀴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는 2011년 ‘도로보쿤’이라는 인공지능을 최초로 공개했다. 도로보쿤의 목표는 일본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도쿄대에 2021년까지 입학하는 것. 도로보쿤이라는 이름도 도쿄대의 ‘도(東)’와 ‘로봇(ロボ)’, 그리고 일본에서 친근한 사람을 부를 때 붙이는 호칭인 ‘쿤(くん)’을 합쳤다.
인공지능 기술은 목적에 따라 언어, 시각, 학습, 뇌인지 등 네 가지 지능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수능 로봇은 언어지능이 필수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수능 로봇은 시험 문제를 읽은 뒤 글자를 인공지능 언어로 바꾸는 자연어 처리 과정부터 거친다”며 “이후 여러 유형의 문제와 답을 학습하는 학습 과정과 이런 학습을 토대로 신뢰도 높은 답을 선택하는 추론 과정을 바탕으로 답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앨런인공지능연구소와 워싱턴대는 수학 중에서도 특히 기하학 문제 풀이에 뛰어난 인공지능 ‘지오솔버(GeoSolver)’를 개발했다. 지오솔버는 지난달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응시해 정답률 49%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11학년(고교 2년) 학생의 평균 성적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지난달 포르투갈에서 열린 국제 신경언어학 콘퍼런스에서 지오솔버의 문제 풀이 비법을 공개했다. 지오솔버 연구를 주도한 한국인 과학자인 서민준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SAT는 답을 안 쓸 경우 점수가 그대로지만 오답을 쓰면 감점되는 시스템”이라며 “지오솔버는 추론 과정에서 98% 이상 확신이 있을 때만 답을 쓰도록 프로그래밍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SAT에서 감점제도가 없어져 지오솔버는 가장 확률이 높은 답을 적는 게 무조건 유리하다.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퀴즈에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엑소브레인(Exobrain)’이 개발되고 있다. 엑소브레인은 언어를 듣고 문법에 따라 단어 뜻을 추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엑소브레인 개발을 총괄하는 김현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은 “내년에는 ‘장학퀴즈’ 우승, 2020년에는 실제 업무 투입이 목표”라며 “의사의 약 처방을 돕는 ‘닥터 엑소브레인’은 내년에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능 로봇의 수학 문제 풀이 과정을 포함한 자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