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obje*****가 올린 이 트윗은 현재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막말 전쟁’의 단면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누리꾼은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변희재 씨 등이 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이유가 여야의 정치 지도자들이 말들의 전쟁에 합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역사를 잘못 배워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잘못된 현실 인식과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정현 의원의 극단적인 표현 등이 국민을 감정 대결로 이끌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는 ‘갈등 발전소’ 같다.
2016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그야말로 ‘역사 전쟁’으로 수렴됐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금융개혁 등 4대 개혁 이슈는 가뭇없이 사라졌다. 소셜미디어 또한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으로 뒤덮였다. 지난해 예산안 시정연설이 세월호 이슈로 뒤덮인 것과 매우 흡사하다. 정부와 여야 모두 겉으로는 민생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실제로는 역사 전쟁에 몰입하고 있는 풍경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년의 나라살림을 결정하는 예산안 자체에 대한 논의는 올해도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역사 국정화를 밀어붙이기 위한 대국민담화였고 여권발 역사 전쟁이 박근혜의 역사 전쟁임을 선포한 연설이었다”는 부정적인 평가와 “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와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굳은 의지를 확인한 뭉클한 연설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맞섰다.
대통령 시정연설이 있었던 27, 28일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 뉴스 등에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언급한 문서는 모두 11만1457건이 검색됐다. 이는 지난해 예산안 시정연설 이틀 동안 기록한 10만8986건과 비슷한 수치다. 올바른, 자부심, 뭉클하다가 포함된 긍정어 분포는 30.7%였고 혼란, 헬조선, 반대하다가 포함된 부정어 분포는 49.9%로 나타났다. 20, 30대 젊은층이 많은 소셜미디어에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시정연설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5만7416건을 기록한 교과서(역사 교과서, 국정 교과서 포함)였다. 시정연설이 ‘기승전 교과서’로 수렴됐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2위부터 국민, 대한민국, 새누리당, 야당이 차지해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국민과 여야의 첨예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경제와 예산안은 6위와 10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고 박정희, 왜곡, 문재인 등이 10위 안에 올랐다. 전체 연관어 10위 안에 오른 키워드 가운데 8개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것이었다.
국정화를 놓고 사뭇 진지한 논란이 펼쳐졌지만 정작 누리꾼들의 큰 관심은 시정연설 때 극우단체 회원들을 초청해 박수를 유도했다는 사실과 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찍은 야당 의원 비판 같은 것들이었다. @jhoh*****가 올린 “기가 막힌다. 지난해 국회 시정연설 때 농성하던 세월호 유가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국회연설 때에는 극우단체 80여 명을 초청해 방청하도록 했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극우단체의 대통령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글은 450여 회 리트윗됐고, @two_*****가 올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할 때 새민련은 국회에서 셀카놀이를 하고 있다. 더 경악스러운 건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한 노트북 앞에 ‘민생우선’이라는 문구를 붙여 놓고도 셀카놀이를 하는 저들의 멘탈”이라는 트윗도 널리 퍼져 나갔다. 11년 전 박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알려진 “역사에 관한 일은 역사학자가 판단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역사에 관한 것은 정권이 재단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다수의 누리꾼에 의해 전파됐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