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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염희진]드라마 한류의 새 모델

입력 | 2015-10-30 03:00:00


염희진 문화부 기자

한류 드라마로 꼽히는 SBS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 TV를 통해 한 번도 방영된 적이 없다. 중국 방송은 시간 이동 소재를 금지하는데 이 드라마는 200년 전 외계에서 지구로 떨어진 도민준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 대신 ‘별그대’는 중국 내 ‘유튜브’라 불리는 유쿠(*酷)에 전송권을 팔아 온라인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앞으로 ‘제2의 별그대’를 기대하긴 점점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송권에 대한 규제 차원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인터넷 방송 콘텐츠에 대한 ‘선(先)심사, 후(後)방영제’를 시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겨울연가’를 비롯해 ‘대장금’ ‘별그대’ 등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들은 주로 완제품, 즉 판권 수출을 통해 현지에서 인기를 얻었다. 요즘에는 판권 수출보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더 자주 들린다. 리메이크는 판권이 아닌 일종의 포맷 수출로 원작의 캐릭터와 줄거리를 기반으로 현지 상황에 맞게 다시 만드는 것이다. 미국 방송사 CBS가 KBS ‘굿닥터’를 리메이크한다고 밝혔으며 KBS는 배트맨 시리즈를 제작한 마이클 우슬런과 손잡고 ‘부활’ 등 한국 드라마 5편을 미국에서 리메이크한다고 발표했다. KBS ‘착한남자’는 남미 시장 최초로 콜롬비아에 리메이크용으로 팔렸고, ‘별그대’도 미 ABC가 리메이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터키에서 리메이크된 ‘가을동화’는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한류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부서진 조각들(Broken Pieces)’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원작처럼 이복남매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는데 20대 청춘남녀 대신 50대 남녀 배우가 나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송승헌 송혜교 같은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도 원작이 갖는 캐릭터와 이야기의 힘이 있다면 해외에서 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송국 관계자들은 포맷 수출을 통해 광고 수익은 물론이고 국내 제작진들이 현지 제작에 참여할 경우 얻게 되는 ‘인력 및 기술이전’ 수익 등 다양한 경제 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MBC ‘사랑이 뭐길래’가 1997년 중국중앙(CC)TV를 통해 방영되며 한류(韓流)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MBC ‘대장금’은 전 세계 91개국으로 수출됐으며 스리랑카에서는 무려 시청률 99%를 기록했다. ‘별그대’ 촬영지였던 대학로 학림다방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성지’가 되고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나온 동대문 광장시장이 국제적인 관광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한류가 써온 기적 같은 역사들이다.

동시에 한류는 크고 작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에서는 혐(嫌)한류 탓에 한류 스타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외국 콘텐츠에 대한 쿼터제 등 중국 정부의 규제는 한류를 가로막는 새로운 변수다. 그런 점에서 리메이크와 같은 시도들이 지속가능한 한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기대해본다. 스타 몇 명이 배부른 한류가 아닌 한국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국내 드라마 제작 노하우를 뽐낼 수 있는 한류라면 언제든 반가운 일일 것이다.

염희진 문화부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