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2심에선 케이웨더에 승소… 4년 이어진 ‘라이다 분쟁’ 새 국면 기상청 “저가장비 납품 폭리 취해”, 케이웨더 측 “상고”… 대법서 결판
○ 진흙탕 싸움 끝에 얻은 승리
서울고법 민사1부는 이날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가 기상청 산하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을 상대로 낸 라이다의 물품대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진흥원의 1심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며 “케이웨더는 (1심의 일부 승소 판결에 따라 지급받았던 장비 설치비용) 11억9600만 원을 진흥원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양측이 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까지 거치면서 맞붙은 치열한 법정싸움 끝에 나온 것.
사건은 기상청이 조달청을 통해 라이다 장비를 경쟁입찰에 부친 2011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비는 측정거리 10km 이상, 스캔속도 초당 20도 이상을 갖춰야 한다’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경쟁사보다 낮은 값으로 입찰을 따낸 케이웨더는 프랑스 레오스피어사의 제품을 들여와 제주와 인천공항에 설치했다.
그러나 잇단 검수·검사 과정에서 이 장비는 수시로 오작동을 일으켰고 264개 예비검사 항목에서는 127∼140개가 ‘부적합’ 또는 ‘점검 불가’ 판정을 받았다. 케이웨더가 프랑스 본사와 이면계약을 맺고 20억 원을 따로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기상청이 인수를 거부하면서 사건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투서와 고발이 난무하는 가운데 직권남용과 입찰방해, 사기, 미수, 뇌물 등 무려 14가지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졌다.
○ “부도덕한 업체의 폭리에 엄중히 대처할 것”
기상청은 사활을 걸고 매달려온 이날 판결이 나오자 “앞으로는 국가를 상대로 부도덕한 업체가 폭리를 취하기 위해 저가의 장비를 무리하게 납품하려는 행위에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납품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케이웨더 측은 “판결 취지를 검토한 뒤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혀 ‘3라운드’ 결전이 남아 있는 상태. 그러나 기상청은 남은 소송과는 별개로 기존에 남아있던 케이웨더 측과의 계약관계를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판결 때까지 기상청의 다른 프로젝트들을 모두 미뤄놓다시피 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조직을 추스르고 다시 업무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