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장사익이 활짝 웃으며 공연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대학 졸업자들의 실제 상황은 어떠한가? 취직 보장을 내세워 수강생을 유혹하는, 실속 없는 민간자격증이 1만7000여 개나 난립하고 있다는, 한 신문의 1면 머리기사가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인터뷰에 응한 한 취업 준비생은 지방대 출신이라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2년 전부터 인성지도사, 소비자전문상담사, 레크리에이션지도사, 독서논술지도사 2급 등 4개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학원 수강비, 교재비 등으로 지출한 돈만도 250만 원가량, 그러나 정작 취업 인터뷰에서는 “직무와 관계없는 자격증을 따는 데 시간만 낭비했다”는 핀잔만 받았다고 했다. 삼포세대의 눈물을 열심히 닦아주고 있는 어른들은 늘 ‘사상(史上) 유례없는 실력과 스펙을 갖춘 우리 젊은이들…’이라고 말하는데, 그 실체적 진실이 이런 것이었나?
이번에는 부모의 상황. 일본의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가 제시한 일본의 사례는 매우 흥미롭다. 결혼도 하지 않고 부모의 연금 수입에 의존해 사는 35세에서 44세까지의 부모 동거 미혼자 수가 300만 명 정도인데, 이들 상당수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극빈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의 부모들은 이런 자녀들을 자립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대책 없이 부양만 하고 있다고 야마다 교수는 개탄한다. 그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의 대졸 취업난은 경제 불황에도 이유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대학 진학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 진학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학비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대학 등록금은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비용을 본인들이 부담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학문에 굳이 뜻이 없다면, 비싼 돈을 내고 대학에 가는 학생이 거의 없다. 대학에 가봐야 취업에 도움도 되지 않고 돈만 낭비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