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에번 스팔링거 씨(21)는 화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졌다. 원인은 전자담배의 폭발. 스팔링거 씨는 집에서 전자담배로 흡연을 하다가 폐와 얼굴, 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스팔링거 씨의 사례 외에도 전자담배로 인한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미국 연방교통국은 전자담배를 기내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지난달 조치했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초 담뱃값이 2000원가량 인상돼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흡연자가 늘어나며 전자담배의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전체 흡연자의 2.0%에 불과하던 전자담배 흡연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5.1%까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규격에 맞지 않는 충전기 혹은 불량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자담배가 폭발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전자담배의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이용한 배터리인 경우가 많은데, 과도한 충전을 방지하는 보호 회로를 갖춰야 하지만 저가 전자담배의 경우 이를 갖추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담배 흡연자가 늘어나며 우리나라에서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1월 경기 양평군의 한 군부대에서는 충전 중이던 전자담배가 폭발해 자고 있던 병사 1명이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전자담배로 인한 화재나 폭발을 신고한 사례가 20건에 달한다.
9월에는 국가기술표준원이 유사시 전류를 끊어주는 장비인 보호 회로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는 등 인증기준을 강화했다. 이전에는 전자파에 대한 안전 인증기준밖에 없었다. 그러나 해외에서 전자담배를 직접 사오거나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없다. 인증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유통된 저가 전자담배 역시 폭발의 위험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전자담배로 인한 위험은 폭발뿐만이 아니다. 니코틴 역시 일반 담배에 비해 더 많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소비자원이 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의 니코틴 액상 18개 제품 가운데 17개 제품은 일반 담배보다 니코틴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미국 소아학회에서는 전자담배가 니코틴 이외에도 독성화학물질이 포함됐을 수 있다며 현재 만 19세인 사용 연령을 만 21세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교수는 “전자담배 역시 담배의 일종으로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전자담배를 통한 금연보다는 니코틴 패치나 먹는 금연약 등 검증된 방법으로 금연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