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경제부 기자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무리하게 해양플랜트를 싸게 수주했다가 손실이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선박 가격이 계속 내리막을 타면서 기껏 배를 완성해 놓으면 발주처가 계약을 파기하고 인도를 거부하는 일이 왕왕 발생했다. 결국 3조 원대의 손실이 뒤늦게 2분기(4∼6월) 실적에 반영됐고 하반기(7∼12월)에도 추가로 2조 원대의 손실이 발생하게 생겼다. 올해 영업손실이 5조3000억 원에 이르고 연말이면 부채비율이 40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 재무상황이라면 문을 닫는 것이 상식이지만 다른 기업도 아닌 대우조선이기에 얘기는 달라졌다. 비록 조선업황이 어려워 천문학적인 부실을 기록했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체이고 조선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수만 명의 생계가 이 회사에 달려 있다는 점도 영향이 컸다.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도에만 1만30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또 대우조선 주변에는 수백 곳의 협력업체가 있으며 협력업체에도 수십만 명이 일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고뇌 끝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동원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을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천문학적인 공공성 자금이 대우조선에 ‘산소마스크’를 씌워주기 위해 들어갔다. 4조2000억 원의 지원이 결정됐지만 상황에 따라 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이해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분노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정부는 대우조선을 부실기업으로 만든 이들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우조선 임직원과 회계법인은 물론이고 대주주인 산은의 책임은 없는지도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부실 경영을 일삼다 정부의 수조 원대 지원에 기대 살아남는 제2의 대우조선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