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기반시설 없어 혼란 불가피… “메르켈 지지하지만 심한 배신감”
주민 102명이 거주하는 독일의 ‘초미니 마을’이 주민의 7배 이상인 난민 750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생겼다. 뉴욕타임스는 독일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을 대거 수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니더작센 주의 줌테 마을에 빠르면 이번 주부터 수백 명의 난민이 유입될 것이라고 31일 보도했다. 베를린에서 북서 방향으로 약 190km 떨어진 줌테는 인구보다 소가 더 많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크리스티안 파벨 줌테 시장은 지난달 초 지역정부로부터 “줌테에 난민 1000명이 수용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독일 연방정부가 겨울이 되기 전 난민 숙소 문제를 해결하려고 니더작센 등 16개 주의 인구, 경제력을 고려해 서둘러 난민 할당 규모를 결정한 것. 난민이 할당된 주들은 일단 주택, 체육관, 군 기지, 유휴 학교시설 등에 난민을 수용했다. 하지만 난민 규모를 고려할 때 이런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후 ‘빈 건물’을 찾아 난민 수용지로 결정했다. 옛 동독 지역이었던 줌테에는 빈 건물이 23동이나 있었고 대거 난민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줌테는 먼저 500명을 받아들인 뒤 750명까지 수용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그나마 수용 인원은 처음 예정됐던 1000명에서 다소 줄었다.
학교, 경찰서, 가게 등이 아예 없을 정도로 사회기반시설이 매우 부족한 줌테는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혼란이 불가피하다. 태어나 계속 이 마을에 살아온 디르크 함메르 씨는 “기본적으로 난민에 대해 동정심을 느낀다”면서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오랜 지지자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