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이후]경제분야 성과는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의 경제 분야 성과는 주로 한중 경제협력 분야에서 나왔다. 이에 비하면 한일 경협은 가시적인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 간 정치적인 관계가 경협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과정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TPP 협상 과정에서 한일 간 경협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 구축
지난해 중국의 전자상거래액은 4262억 달러(약 486조 원)로 세계 1위였다. 같은 기간 일본의 전자상거래액(708억 달러)과 한국의 전자상거래액(331억 달러)을 합쳐도 중국 시장 규모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국이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로 수입한 물품의 액수는 2185억 원. 미국(1조4792억 원)에 이어 두 번째 전자상거래 수입국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중국 시장의 비중과 중요도를 감안해 한중 소비자 정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과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양국은 앞으로 국경을 넘는 거래에서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함께 논의하고, 관련 정책과 업무처리 방식 등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한국이 소비자 정책에 국한해 다른 나라와 MOU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전자상거래를 통해 중국과 홍콩의 업체로부터 물건을 구입했다가 환불이나 교환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한국소비자원에 많이 접수되는 실태를 감안한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과 비정기적으로 만나 소비자 보호 관련 주요 의제들을 의논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 관련법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이해도를 높여 향후 법 위반 소지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한중 전자상거래에 따른 소비자 보호에 큰 비중을 둔 반면 일본과는 별도의 소비자 보호 대책을 협의하지 않았다. 이 밖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한 제3국 시장 개척, 중국 상하이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창조혁신 분야에서 공조 강화 등 주요 성과의 대부분은 중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 중 3국 정상들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한 합의가 향후 3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꼽았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지역 내 경제 통합에 속도를 붙일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3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또 한중일 3국의 LNG 수입량이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수입량의 57%를 차지하는 만큼 이런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판매자에게 유리하도록 돼 있는 LNG 계약 관행을 개선하고, LNG 수급에 위기가 왔을 때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중일 FTA 등과 관련한 이번 합의가 향후 한국의 TPP 가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한중일 FTA와 RCEP 등 진행 중인 ‘메가 FTA’ 협상에서 한국이 ‘통상 파워’를 가져야 TPP 회원국들도 한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려면 일단 한중 FTA에 대한 국회 비준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국의 비준 일정을 감안할 때 이달 중순까지 한국의 국회가 비준을 마쳐야 한중 FTA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세종=손영일·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