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마다 번역본마다 읽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꿈’으로
국내 출간 책 중 5종 비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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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1900∼1944)의 이 작품은 세계 250개 언어로 번역됐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어린 왕자’는 100종이 넘는다.
새 번역본도 계속 출간되고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최근 문학평론가 황현산 씨 번역의 ‘어린 왕자’를 발간했다.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김미성 교수가 옮긴 ‘인디고’ 출판사의 개정 번역본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12월 영화 ‘어린 왕자’ 개봉을 앞두고 서점에 어린 왕자 붐이 불 것이라는 게 출판계 전망이다.
판본도 여러 개다. 생텍쥐페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고 1943년 뉴욕에서 먼저 영어판 ‘어린 왕자’가 발간됐다. 1946년이 돼서야 고국에서 프랑스어판이 나왔다. 이후 여러 판본이 난립하면서 어린 왕자의 망토 색깔이 달라지거나 별에서 해가 지는 횟수가 다르게 적히는 오류도 발생했다.
어떤 판본을 어떤 취지로 번역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미묘하게 다르게 읽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판 중 상당수는 영어판을 토대로 번역됐다. 하지만 학술논문에 가장 많이 인용된 ‘어린 왕자’는 1946년 프랑스어판이다.
동아일보가 누적 판매액이 높은 ‘어린 왕자’ 번역본 4종(문학동네, 인디고, 비룡소, 허밍버드)과 최근 발간된 ‘어린 왕자’(열린책들) 등 5종을 비교 분석한 결과, 미묘한 차이가 적지 않았다. 어린 왕자의 대사 중 ‘내가 길들인 꽃이니까…’ 식으로 여운을 주는 번역(허밍버드)이 있는 반면 동사 ‘들어주다(´ecouter)’에 목적어가 일정한 호흡으로 걸리도록 운율을 맞춰 원문 그대로 번역한 경우(열린책들)도 있었다.(그래픽 참조)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린왕자가 말했다.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라는 식으로 프랑스어 원문에 맞춰 대사 중간에 전달동사를 넣어 진지함을 더한 번역본도 있는 반면 대부분은 “사막이 아름다운 건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란 식으로 붙여 번역했다.
번역자에 따라 작가의 문체를 최대한 살리는 직역을 선호한 것과 작품 속 본질을 정확히 소화해서 취지에 맞게 담아낸 것의 차이도 보인다. 황현산 씨는 “‘어린 왕자’를 동화로 보고 어린이를 독자로 상정해 지나치게 의역해 번역한 경우가 많았다”며 “비행사이면서 활력이 넘쳤던 생텍쥐페리의 성격이 반영된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리듬의 문체를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문학동네에서 ‘어린 왕자’를 낸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김화영 교수는 “원문 텍스트에 어떤 상징성과 의미가 내면화됐는지를 충분히 연구한 후 번역 작업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