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구청, 단속 떠넘기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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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 일대의 한 은행 현금입출금기에 불법 성매매를 홍보하는 전단이 흉물스럽게 붙어 있다. 고양=김철웅 채널A 기자 woong@donga.com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는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호객꾼은 “한국 애들 몸값이 비싸져 싱가포르 애들 데리고 장사하고 있다”며 “한 타임(1시간)에 15만 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절대 경찰이 단속할 수 없다”며 “단속반이 뜨면 다 아는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손님을 안심시켰다.
‘은밀한 성매매’는 옛말이었다. 일산 일대에서 가장 번화한 서울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인근 ‘웨스턴 돔’ 상권은 각종 성매매를 광고하는 전단으로 도배돼 있었다. 일산동구청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둘러싸여 있는 가로세로 500여 m의 상권은 유흥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물도 곳곳에 있지만 이곳은 어디를 가도 성매매 전단이 낙엽처럼 밟혔다.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직접 일산동구청과 일산경찰서에 신고를 했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다. 구청 관계자는 “옥외광고물관리법에 따라 건물 밖 홍보물은 규제가 가능하지만 건물 내부 전단은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 혐의를 적용하면 업자들을 단속할 수 있다”면서도 “일반 시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성매매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단속이 이뤄지는 줄 아는데 현장에서 증거를 찾지 못하면 수사로 넘어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근처 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44)는 “학생들도 많이 오가는 곳인데 대놓고 ‘입싸방’이라 쓴 전단을 보기 민망해 직접 다 떼버린 적도 있다”며 “근처에서 외식을 하고 같이 화장실을 찾은 중학생 아들이 ‘아빠 핸드플레이가 뭐야?’라고 물어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코앞에 있는 구청은 뭐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인 한모 씨(73)는 “(전단이 나붙기 시작한 지) 최소 5년은 됐지만 아무리 구청에 신고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속수무책이다”라며 “성매매 전단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김철웅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