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산실 극단 ‘차이무’ 창단 20돌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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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차이무’의 20주년 기념 공연 신작 ‘꼬리솜 이야기’의 출연 배우들. 이 작품은 극단 창단 멤버인 이상우 예술감독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고, 드라마 ‘미생’에서 오과장으로 등장한 배우 이성민(뒷줄 왼쪽)과 차이무 대표 민복기(뒷줄 오른쪽) 등이 참여한다. 극단 차이무 제공
○ 극단 차이무의 동력 ‘배우’
창립 멤버인 이상우 예술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에 따르면 차이무는 얼결에 만들어졌다. 이 감독은 당시 조그마한 오피스텔에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당시 가난한 연극배우여서 갈 데도 없고 밥 먹을 데도 없던 송강호 류태호 유오성은 만날 이 감독 사무실에 와 살았다. 이 감독은 “1995년 7월 8일 북한강가 어느 막걸리 집에서 술판을 벌였는데 ‘우리끼리 연극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순식간에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설립 자금은 이 감독과 문성근이 각각 1000만 원씩 냈다. 이 돈으로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첫 작품은 송강호 류태호 문성근 주연의 연극 ‘플레이 랜드’. 이 감독은 “쫄딱 망했다”며 웃었다.
그만큼 차이무 출신 배우들의 소속감은 강하다. 2010년 차이무는 대학로 아트원시어터3관을 2년간 임차해 ‘차이무 극장’으로 운영했다. 비용은 강신일 송강호 문소리 등 극단 출신 배우들이 우유업체 치즈 광고로 번 돈(3억 원)을 기부받아 충당했다. 차이무의 수입 분배 구조도 독특하다. 차이무 민복기 대표는 “주·조연에 상관없이 수익금을 인원수대로 나눌 때도 있다”며 “간혹 선배들은 교통비만 받고 후배들이 더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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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극단 차이무의 대표작 ‘비언소’에 출연한 배우 류승범(오른쪽)과 당시 연출을 맡은 고 박광정. 동아일보DB
차이무의 대표작은 ‘비언소’ ‘늘근 도둑 이야기’ ‘거기’ ‘양덕원 이야기’ 등이다. 차이무는 ‘재기 발랄한 풍자극’으로 유명하다. 평론가 출신인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차이무는 시대 상황 표현과 희극적 연극미를 잘 결합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1990년대 대학로 연극 흥행 신화로 꼽히는 연극 ‘비언소’는 네 칸짜리 화장실을 배경으로 27∼30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사회풍자극으로 재공연 때마다 당시 사회상을 담아 ‘살아 있는 연극’이란 호평을 받았다. 2003년 이 감독에 이어 단원 출신 민복기가 대표직을 이어받은 뒤 따뜻한 휴먼드라마 작품도 다수 제작했다.
차이무가 창단 20주년을 맞아 이 감독의 ‘꼬리솜 이야기’(6∼29일)와 민 대표의 ‘원 파인 데이’(12월 4일∼내년 1월 3일) 등 신작 2편과 대표작 ‘양덕원 이야기’(내년 1월 8∼31일)를 차례로 대학로예술마당 2관에 올린다. ‘꼬리솜 이야기’는 700년 전 가상의 나라 ‘꼬리솜’이 배경인 역사물이고, ‘원 파인 데이’는 동네 개에게 물린 아주머니의 기막힌 하루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