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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백조의 비행을 표현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

입력 | 2015-11-03 03:00:00


한 세기 전인 1915년의 12월 8일은 핀란드의 국가적 자랑인 작곡가 시벨리우스(사진)의 탄생 5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이날을 국경절 휴일로 지정하고 기념 콘서트에서 시벨리우스에게 자신의 새 교향곡을 지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가 당시까지 발표한 네 교향곡 중 3, 4번 교향곡을 대중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3번부터 작품의 길이와 오케스트라의 편성을 줄여 간결하고 추상적인 교향곡을 쓰고 있었는데, 대중은 1번이나 2번처럼 격동적이고 애국적인 교향곡을 듣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축 이벤트에서 초연할 곡인 만큼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봄날, 시벨리우스의 눈에 백조 떼가 집으로 날아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백조들은 집 위를 돌다가 햇살이 비치는 안개 속으로 ‘반짝이는 은(銀) 리본처럼’ 유유히 사라져 갔습니다. 작곡가는 “그 모습과 소리는 일생 마주친 가장 감명 깊은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뒤 그는 ‘굉장한 주제가 머리에 떠올랐다’고 일기에 적었습니다. ‘백조 소리’를 어떻게 음악으로 형상화할지 고심하던 그가 해답을 찾았다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작품은 예정대로 12월 8일, 작곡가 자신이 지휘해 초연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중의 불안한 시기였지만 청중은 큰 갈채를 보냈으며 세 차례 추가 콘서트도 매진되었습니다. 특히 ‘백조의 동기’로 불리게 된 마지막 악장의 주제는 희망찬 이미지로 환영을 받았습니다.

거위나 백조처럼 목이 긴 새의 울음소리는 대체로 듣기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시벨리우스는 하늘을 나는 백조의 소리를 어떻게 음악으로 만들었을까요. 11월 13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00회 연주회에서 시벨리우스가 백조의 모습과 소리를 형상화한 교향곡 5번과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7번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은 인기 높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올해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열어온 김대진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1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의 첫 교향곡인 교향곡 1번으로 그 여정을 마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