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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한-중-일 스포츠, 1주일새 뜻깊은 ‘융합’

입력 | 2015-11-03 03:00:00

中축구 2부 우승 옌볜 박태하 감독… 日 야구 일본시리즈 MVP 이대호
韓축구 FA컵 최우수선수 다카하기… 3국 정상회의 개최 즈음한 ‘사건’




▷지난달 24일 중국 프로축구 갑리그(2부)에서 옌볜 FC가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꼴찌(16위)였던 이 팀은 을리그(3부)로 강등돼야 했지만 14위와 15위 팀에 문제가 생겨 운 좋게 잔류했다. 옌볜 FC는 올해 전혀 다른 팀이 됐다. 21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더니 지난달 18일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 놓고 슈퍼리그(1부) 승격을 확정했고 결국 우승컵까지 품에 안았다. 중국의, 그것도 2부 리그 팀의 돌풍에 주목하는 것은 그 팀의 사령탑이 K리그 출신의 박태하 전 축구대표팀 코치(47)이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옌볜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방문경기에서 승격을 확정하고 돌아온 뒤 시내 곳곳에 운집한 팬들에게서 큰 환영을 받았다. 공안에서 전용차량을 제공할 정도였다. 옌볜(延邊)은 지린(吉林) 성의 조선족 자치주다. 주도는 옌지(延吉). 변방이지만 7월 중국 중앙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옌지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현지에서 받은 보고 가운데는 옌볜 FC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월드컵 개최-본선 진출-우승’을 평생의 소원이라고 얘기하는 축구 마니아다. 7월은 옌볜 FC가 패배를 모를 때다.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축구클럽의 지도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정도는 시 주석도 알았을 것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일본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이대호(33)가 한국인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틀 뒤에는 국내 프로축구에서 눈길을 끄는 뉴스가 나왔다. 프로축구 FC 서울의 외국인 선수 다카하기 요지로(29)가 국내 대회 최초의 일본인 MVP로 선정된 것이다. 다카하기는 2015 KEB하나은행 축구협회(FA)컵 4강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결승에서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대호는 일본야구기구(NPB)가, 다카하기는 대한축구협회가 경기운영위원 등과 협의해 선정했는데 출신 국가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면 MVP로 뽑히지 못했을 것이다.

▷옌볜 FC의 우승부터 다카하기의 MVP 수상까지. 1주일 사이에 한국, 중국, 일본에서 생긴 의미 있는 ‘사건’이다. 마침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국경을 초월한 ‘스포츠 삼국지’가 흥미롭게 전개된 셈이다. 동북아에 속해 있지만 프로축구의 경우 한중일 교류가 활성화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전까지 K리그 외국인 선수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 출신이 대다수였다. 아시아 출신 선수를 본격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2009년 아시아쿼터(아시아축구연맹 가맹국 국적을 보유한 선수를 포함해 최대 4명까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제도) 도입 이후다. 현재 중국 슈퍼리그의 아시아쿼터 15명 가운데 8명이 한국 출신 선수다. 반면 K리그에는 중국 출신 선수가 없다. 아직은 중국 프로축구의 수준이 한국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다카하기처럼 언젠가는 중국 출신의 MVP가 나올지 모른다. 시 주석의 소원대로 중국이 축구 강국이 되는 날에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