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한 뒤 그룹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2013년부터 시작된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 작업은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면서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9월 1일에는 ‘이재용 체제’의 실질적 그룹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옛 제일모직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옛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 회사다.
최 회장은 2년 7개월간의 공백기를 가진 뒤 특별사면으로 올 8월 경영에 복귀했다. 그가 풀려나기 13일 전인 8월 1일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출범했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C&C가 그룹 지주사인 옛 SK㈜를 흡수합병했다.
그러나 여러모로 닮은 듯한 두 그룹은 최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사업 구조조정은 갈수록 가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롯데케미칼에 넘기기로 한 것은 지난해 11월 한화그룹과의 ‘빅딜’(옛 삼성테크윈 등 4개 계열사 매각) 이후 1년 만이다. 빅딜 완료 시점(6월 말)과는 겨우 4개월 차이다. 삼성그룹이 한화, 롯데에 7개 계열사(삼성SDI는 일부 사업부)를 넘기면서 받은 돈은 5조 원에 달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집중하는 전자와 금융, 그리고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을 제외한다면 안전지대는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리를 중시하는 이 부회장은 결국 날렵한 몸으로 그룹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고 마음을 먹은 듯하다.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은 반대로 몸집 불리기에 더 적극적이다. 최 회장은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2011년 대규모 부채에 허덕이던 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했다. 이듬해 3월 출범한 SK하이닉스는 현재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 이사회를 통과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도 최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오너 공백 속에 3년간 웅크렸던 SK그룹이 M&A 시장에서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이다.
국내외 경영 환경은 삼성에나 SK에나 모두 녹록지 않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위기론 속에서 상반된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주목된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