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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편히 쉴 수 없는 난민들…고무보트 전복사고 늘어

입력 | 2015-11-03 21:42:00


“메카를 바라보는 방향의 좁은 묘지 구덩이에 아프간, 이라크, 시리아에선 난민들을 묻고 있습니다. 여기엔 올해 여름 바다에서 건져낸 시리아 출신 엄마와 아기가 함께 매장돼 있고, 저기엔 이름 모를 한 젊은 여인이 묻혀 있어요.”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성 판텔레이몬’ 묘지의 관리인인 크리스토스 마브라키디스 씨는 1일 “해변에 떠내려 오는 난민 시체가 너무 많다”며 “에게 해 주변 섬 묘지에는 더이상 사람이 묻힐 공간이 남아 있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에 하소연했다. 레스보스 섬 스피로스 갈리노스 시장은 “섬 안의 영안실에 쌓여가는 난민들의 시신은 심각한 인도주의적 문제”라며 “국제사회가 해결책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터키 해안에서 4.4km 떨어져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은 유럽으로 가는 중동 난민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며 기상이 악화하자 난민을 태운 고무보트가 전복되는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을 순찰하고 있는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전날 난민선 전복 사고가 3건이 일어나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1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섬 주민들은 “어부들이 바다에서 난민 생존자는 구출하지만 시신은 처리하기 어려워 바다 한가운데에 도로 던져 넣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일 “지난달에만 21만8000명이 넘는 이주자들이 지중해를 건너 올 들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지중해를 건넌 21만9000명과 비슷하다. 난민들은 올해 탈출 과정에서 3000명 이상이 숨졌다. 유럽연합(EU)이 각국에 재할당하기로 약속한 16만 명의 난민 규모도 10월 한 달 유럽에 도착한 난민 수의 4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북유럽의 스웨덴에서도 밀려드는 난민을 감당하지 못해 테마파크까지 개방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 스웨덴 남부의 테마파크 ‘하이 채퍼랠’이 관람용 집을 단장해 난민 400~500명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곳 공동대표인 에밀 엘란드손 씨는 “집 내부가 손상될 것을 우려해 이민청의 요청을 5차례나 거부했지만 천막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는 난민들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난민들은 테마파크가 겨울철에 폐장했다가 내년 5월 재개장할 때까지 머무르게 된다. 지난달에는 스웨덴 최북단 릭스그란센의 스키 리조트가 600여 명의 난민을 수용하기도 했다.

이설 기자snow@donga.com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