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 <7>여성과 함께 이룬 유통혁명
화장품 유통 구조 문제를 고민하다 떠올린 방문판매 제도는 태평양의 고속 성장을 이끈 마케팅이었고 오늘의 아모레퍼시픽을 만든 기반이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유통 구조 문제를 극복할 새로운 방안을 다시 모색하던 그는 방문판매 제도를 떠올렸다. 방문판매의 핵심은 제품, 조직, 인력이었다. 태평양은 이 중 제품력에 한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방문판매 전용 제품군을 개발한 태평양은 상금을 내걸고 전 사원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공모했다. 100여 편의 응모작 중에 하나가 채택됐다. 아모레(Amore·이탈리아어로 ‘사랑’)였다.
다음으로는 판매망 구축이 중요했다. 그는 전국을 행정구역에 따라 바둑판처럼 구역을 나누고 특약점을 설치했다. 한 지역의 판매망이 자리를 잡고 확대되어 가면 또다시 그 구역을 세분해 거미줄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 영업소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1980년에는 특약점과 영업소가 총 664곳, 활동하던 판매원은 1만6571명에 이르렀다.
방문판매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우수한 판매원이었다. 1960년대는 전쟁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시기였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만 37만 명에 달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회사에도,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지역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고학력 여성들도 선발해 교육했다. 덕분에 화장품 판매원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직종의 방문판매원과는 크게 달랐다. ‘아모레 아줌마’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지역 주민들은 기분 좋게 대문을 열어줬다.
서성환 창업자는 ‘아모레 3대 원칙’을 설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했다. ‘방문 판매 원칙’ ‘정찰 판매 원칙’ ‘구역 준수 원칙’이 그것이었다. 방문판매를 시작한 후 3년 동안 그는 집에서 잠을 잔 적이 거의 없었다. 언제나 현장에 함께 있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1969년 그의 수첩 한 장에는 이런 메모가 담겨 있다.
‘우리가 살기 위하여 소비자를 보호하자. 정확한 것은 정직한 것이다. 고객은 언제나 정직하다. 무관심이 죄다. 관심을 갖고 자기 업무에 종사하라.’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