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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정밀화학의 성인희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이동훈 노동조합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울산 남구 여천로 본사 대회의실에서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제공
○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삼성정밀화학은 3일 ‘노사 공동 비상대책위원회’(공동 비대위)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회사 노사는 “삼성그룹의 당사 지분 매각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의 생존을 확보하고 모두의 공멸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해하기로 했다”며 “우리 회사는 안타깝게도 삼성그룹을 떠나지만 삼성그룹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 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삼성정밀화학 임직원 일동은 글로벌 초일류 화학기업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롯데케미칼의 당사 지분 인수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정밀화학은 3일 오전 내부 인트라넷에 공동 비대위 설립 사실을 800여 전 직원에게 알렸다. 이 조직은 회사가 완전히 롯데그룹으로 편입되는 날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 학습효과가 낳은 공동 전선
공동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롯데그룹에 대한 5가지 요구안도 내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조속한 회사 방문, 고용 및 처우 보장,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확대, 노사 관계 철학인 ‘창조적 파트너십’ 유지, 소통과 상생 실천 등이다.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이처럼 신속하게 공동전선을 펴게 된 배경에는 삼성-한화 간 빅딜의 후유증을 근거리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빅딜 직후 한화테크윈과 한화종합화학 등에서는 잇달아 노조가 설립됐고, 위로금 규모를 둘러싼 상경 시위와 파업도 펼쳐졌다.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1인당 5500만 원의 위로금이 지급되고 5월 1일부로 한화그룹에 편입됐지만 이후 임금 및 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직장폐쇄로까지 번졌다. 한화종합화학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15일 이후 하루 22억 원의 매출액 손실(3일까지 총 440억 원)을 보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