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0>거리에 자욱한 담배연기 흡연자들 “비좁고 냄새난다” 항변, 꽁초 수북… 시민들 간접흡연 고통
금연구역 확대에 발맞춰 최근 2, 3년 사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흡연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흡연자는 비좁고 냄새난다는 이유로 흡연실을 외면하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일 찾은 건대입구역 흡연실. 10m²(약 3평) 남짓한 밀폐된 공간에서는 20, 30대 5, 6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 시내에서 비교적 잘 운영되는 흡연실로 꼽히지만 여기서도 흡연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스무 발자국가량 떨어진 인근 작은 공터는 아예 흡연자들의 ‘아지트’가 된 지 오래다. ‘금연마당’이라는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20여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바닥과 화단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이곳을 지나가던 전승희 씨(20·여)는 “사우나 문을 열었을 때처럼 자욱한 담배 연기 때문에 숨을 쉬기 힘들다”며 “이곳에 오면 담배 연기를 피해 다니기 바쁘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꼭 필요한 장소에만 흡연실을 설치하되 입지 선정부터 설계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유지 관리와 계도가 병행돼야 흡연실을 만든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