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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임형주의 뮤직 다이어리]한국가곡, ‘K-pop’처럼 지구촌에 메아리치길…

입력 | 2015-11-04 03:00:00

대한민국 광복 70주년 기념 특집
한국가곡의 역사 ⑥ <끝>




2015년 9월 10일 로마 마르첼로 원형극장(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독창회에서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고 있는 필자.

임형주 팝페라테너

○ 1990년대 한국가곡계를 살린 열린음악회

1990년대에는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의 발달 및 전 세계 전반에 엄청난 문화적 혁명을 가져다준 인터넷의 탄생과 통신, 정보기술(IT) 기기 등의 상용화로 자연스레 외국의 대중문화가 국내에 쉽게 유입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날로그적으로 분류되는 한국가곡은 디지털로 대변되는, 게다가 영상음악으로서의 전환을 맞이했던 대중음악에 완전히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MBC 대학가곡제는 1990년대 중반 거의 폐지되다시피 하였으며, 한국가곡을 위한 특집 음악방송도 라디오를 제외하고는 전무한 실정이었지요. 이런 와중에 1993년 KBS는 국내 최초로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을 아우르는 대규모 음악 전문 프로그램인 ‘KBS 열린음악회’를 신규 편성하고 같은 해 5월 9일 첫 방송을 합니다. 당시로서는 대중가수와 성악가, 국악인이 한 무대에 서는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으며 수많은 국민에게 큰 지지와 사랑을 얻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특히 열린음악회를 통해 대중적인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오로지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국민가수 반열에 오르게 된 여러 대중가수가 탄생하고, 무명의 성악가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스타 성악가로 변신한 이들도 상당수 존재할 정도로 국내 많은 음악인들에겐 이 프로그램이 무척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현재까지 무려 22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KBS 열린음악회는 KBS 전국노래자랑 이후 우리나라의 역대 최장수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더 이상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음악계에 얼마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잘 아시겠지요.

○ 2000년대 위기에 봉착한 한국가곡

그러나 2000년대 들어 KBS 열린음악회와 같은 형식을 표방한 아류 음악회들이 난립하게 됩니다. ‘열린음악회’라는 이름을 도용해 실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아마추어 수준의 음악가들을 출연시키는 기대 이하의 질 낮은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는데 이로 인해 대중가수와 순수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서서 한국가곡이나 팝송을 부르는 것이 진부할 정도가 된 것이죠.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한국가곡은 여러 세대와 계층의 대중에게 점차 거리감을 느끼게 했고 서서히 외면받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년대 초반 당시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전국의 여러 학교가 음악 과목을 선택제로 개편해 한국가곡은 더욱 설 자리를 잃고 위태로운 시기를 맞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음악 교과 시간의 풍금 반주에 맞춰 주옥같은 한국가곡을 부르며 자연스레 한국가곡을 접하고 친숙하게 되는 과정이 아예 사라지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교육정책은 당시 국내 음악인들에겐 너무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 한국가곡의 새 부흥기

이렇듯 오늘날 한국가곡은 대체적으로 대중, 특히 젊은 세대들에겐 큰 관심과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한국가곡의 미래마저 우울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미 한국가곡의 위기설이 대두되던 2000년대 초중반부터 우리 음악계의 여러 대표적 인사들과 오랜 세월 한국가곡을 사랑해 왔던 기성세대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한국가곡과 관련한 민간단체, 협회, 연구소 등을 창립하고 조직하여 한국가곡에 대한 학술적 연구, 체계적인 자료 수집, 신작 한국가곡의 보급 및 세계화 등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력은 상당히 활발하고 열정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렇듯 안 보이는 곳에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한국가곡에 대한 특별한 헌신을 보여주고 계신 많은 분들 덕에 다행히 한국가곡의 앞날은 무척이나 밝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조심스레 한국가곡의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네요.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히 준비해 본 ‘한국가곡의 역사’ 시리즈는 오늘 6번째 시간을 마지막으로 끝맺게 되었습니다. 직업이 음악가인 필자도 그동안 한국가곡의 세계화를 위해 저 나름대로 사명감과 애착을 갖고 해외 독창회나 공연에서 한국가곡을 꾸준히 불러왔지만 정작 90년이 넘는 한국가곡의 방대한 역사에 대해선 자세하게 알진 못해 늘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국가곡 관련 칼럼을 연재해 오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가곡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서 필자 개인에게도 매우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예전보다 더욱 한국가곡을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케이팝(K-pop)’ 열풍처럼 머지않아 세계인들이 한국가곡을 부르는 모습을 어서 빨리 보고 싶은데요. 그렇게 되려면 먼저 우리부터 한국가곡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지금보다 더욱 아끼고 사랑해 주어야 하겠지요? 여러분!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한국가곡 한 곡씩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임형주 팝페라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