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프로야구 총 투구 분석하니 모든 상황서 계란 눕힌 모양 나와 타자 크게 불리하면 볼 선언 많고, 투수 몰리면 스트라이크 후한데 이것을 잘못됐다 할 수 있을까요
○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홈플레이트는 움직이지 않는다”(새철 페이지)
저는 이 글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생겼는지 공개하려 합니다. 이미 그림 확인하셨죠? 한국 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은 계란을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입니다. 야구인들은 보통 ‘담뱃갑을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에 비유하는데 비슷한 느낌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투구 분석 시스템이 처음 등장했던 2007년 소동이 일었습니다. 구심이 △왼손 타자와 오른손 타자 △스타급 선수와 비스타급 선수 등으로 나눠 서로 다른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했다는 게 실증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왼손 타자에게 적용하는 스트라이크 존이 더 넓었고, 스타 선수 역시 유리한 볼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심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왼손 타자, 오른손 타자 모두 거의 똑같은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습니다. 다승, 홀드, 세이브 각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투수나 그렇지 못한 투수, OPS(출루율+장타력) 3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타자나 그렇지 않은 타자 모두 스트라이크 존은 거의 똑같았습니다.
○ “스트라이크가 모두 치기 좋은 공은 아니지만, 치기 좋은 공은 모두 스트라이크다”(데이브 윈필드)
예외도 있습니다. 볼카운트 3볼-0스트라이크 때 스트라이크 존은 0볼-2스트라이크 때보다 50% 정도 넓습니다.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 때는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진 겁니다. 이걸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스트라이크는 투수에게 유리한 판정이지만 스트라이크 존 자체는 ‘타자가 치기 쉬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타자들도 볼 카운트에 따라 반응이 달라집니다. 올 시즌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공을 지켜본 비율이 3볼-0스트라이크 때는 93.3%나 되지만 0볼-2스트라이크 때는 39.8%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볼 카운트에서는 이 비율이 54.8%이니까 양극으로 갈리는 겁니다. 또 이렇게 극단적으로 투수와 타자 한쪽에 유리한 볼카운트가 아닌 한 스트라이크 존 크기도 극단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심판들이 이미 잘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역사학자 E H 카는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렇게 말하렵니다. “스트라이크 존은 배터리와 타자, 심판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만약 홈플레이트 뒤에 사람 대신 기계가 서게 되면 야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종목이 될 겁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