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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출신 두산맨 김승영 사장 “장원준 영입, 1년간 검토… 인성도 살펴”

입력 | 2015-11-04 03:00:00

마케팅 과장 출발, 25년째 한우물 “김태형 감독, 숨은 카리스마 대단”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의 김승영 사장이 3일 잠실구장 두산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으며 우승 소감 등을 밝히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잠실구장의 프로야구 두산 사무실 입구에 놓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는 유난히 반짝거렸다. 3일 인터뷰를 하기 전 그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두산 김승영 사장(57)은 무척 홀가분해 보였다. 김 사장은 “무거운 짐 하나를 어깨에서 내려놓은 것 같다. 흔히 우승은 5분의 즐거움일 뿐이고, 그 후에는 격동의 시간을 맞는다고 하더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1984년 두산 계열의 오리콤에 입사한 김 사장은 1991년 두산 야구단 마케팅 담당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5년째 한 우물을 파고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에서 프런트를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장은 그가 유일하다. 두산이 처음 챔피언을 차지한 1982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3번의 우승을 모두 곁에서 지켜본 ‘곰 야구’의 살아있는 역사다. “1995년 마케팅 팀장이었고, 2001년에는 운영본부장이었다. 하지만 단장으로 7년 있으면서 우승을 해보지 못했기에 2011년 사장 부임 후 정상에 오르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김 사장은 “특별히 한 게 없다. 사장은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두산이 7년 연속 홈 관중 100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와 성적을 겸비한 명문 구단으로 성장한 데는 프로야구 전문경영자인 그의 역할이 컸다. 구단과 프런트, 선수단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매끄럽게 수행한 것이다. 잠실에서 그는 앉지 않고 서서 경기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좋은 자리에 앉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게 이유다.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에 대해 김 사장은 “감독은 무엇보다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 위에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김 감독은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질 것 같지 않은 야구가 바로 두산다운 야구다. 그러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 체제가 기본이 돼야 한다. 약해진 두산의 색깔을 찾는 데 적임자였다”고 칭찬했다.

두산 오너의 야구 사랑은 각별하다. 김 사장은 “윗분들의 관심은 큰 힘이 된다. 야구단 투자에는 거물 선수 영입과 기존 선수 육성의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올 시즌에는 조화를 잘 이뤘다. 장원준은 계약 1년 전부터 공을 들였는데 인성까지도 검토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우승한 다음 해에 부진한 징크스가 있다. 우승 다음 시즌의 성적을 보면 1983년 5위, 1996년 꼴찌, 2002년 5위에 그쳤다. 누구보다 김 사장이 잘 알고 있었다. “안주해선 안 된다. 우선 니퍼트와 김현수 재계약이 현안인데 오랜 기간 두산맨으로 있었으니 잘될 것이다. 우리 야구단 직원이 45명이다. 내가 잘해야 후배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진지한 표정이 된 김승영 사장의 어깨 위에 다시 짐이 얹어진 듯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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