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잔류 대신 모험 선택 “다시 배우는 신인의 자세 가질 것… 포지션 1루-3루 가리지 않겠다”
‘빅 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대호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야구 인생의 불꽃을 더 강하게 태우고 싶어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준비한 원고를 읽는 이대호의 두 손은 떨렸다. 일본 열도를 호령하고 온 ‘한국의 4번 타자’도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 앞에서는 긴장을 숨길 수 없었다.
소프트뱅크와 2014년 ‘2+1’계약(의무 2년에 1년 옵션)을 했기 때문에 이대호는 내년 연봉으로 최소 5억 엔(약 47억 원)은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대호는 모험을 택했다. 이대호는 “더 이상 꿈을 접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올해가 아니면 힘들 것 같아 도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이던 2006년 트리플 크라운(타율, 안타, 홈런 1위)을 달성해 타자로서 정점을 찍었다. 우승반지가 없는 아쉬움은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풀었다. 이대호가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유다.
자부심은 가득했지만 자만은 없었다.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은 유인구를 많이 던지지만 미국 투수들은 승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미국에 가게 되면 신인으로 돌아가 다시 배우는 초심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수비 포지션 역시 1루수와 3루수를 가리지 않겠다고 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타격 하나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다만 1루수로서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다고 볼 순 없다”며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위원은 “기량보다는 낯선 미국 야구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문제다. 연봉 등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기보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시행착오를 최소화한다면 일본에서보다 훨씬 높은 연봉도 따라올 것”이라며 이대호의 도전을 응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