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달 사회부 기자
SETEC은 1999년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전시컨벤션시설(약 1만5000m²)이다. 서울시는 내년 4월까지 15억 원을 들여 이곳에 제2시민청(市民聽)을 건립할 예정이다. 시민청은 토론 전시 공연 강좌 놀이 등 각종 시민활동을 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인 ‘시민소통 공간’으로 꼽는 곳이다. 제1시민청은 현재 서울시청 지하 1·2층에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이전투구식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강남구가 공격하면 서울시가 방어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시작된 갈등은 지난해 12월 강남구 방안인 100% 수용방식으로 합의되면서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삼성동 한전 부지에 들어설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의 공공개발 기여금을 놓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수서역 6번 출구 바로 앞 서울시 소유의 공영주차장 부지(3070m²)는 차량 80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땅에 행복주택 44가구를 짓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대학생, 젊은 직장인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9월 수서청소년 수련관에서 주민설명회도 열었다. 반면 강남구와 주민들은 도로 확장이나 주민들의 휴식공간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결국 ‘불통행정’이 원인이다. 강남구가 ‘강남특별자치구’ 설치를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갈등은 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사사건건 대립하다 보면 지역 이기주의나 민-민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서울시’ ‘강남구’ 중 어느 쪽이 잘하고 못하는지는 시민들 관심 밖이다. 다만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행정력을 이런 식으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협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화합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소통행정이 필요한 때다.
조영달 사회부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