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1>함께 만드는 보행문화
그리 넓지 않은 도로. 양쪽으로는 경쟁하듯 도로를 점령한 가게 입간판들. 피해 갈 수 없었다. 몸을 세로로 세워 무리 사이를 비켜 가려다 한 남성과 어깨가 닿았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남성은 “사과하는 태도가 건방지다”며 몰아세웠다. 밀려오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인근 파출소까지 가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지난달 31일 “순간 화를 참지 못해 시비가 붙은 것은 분명 잘못됐지만 자동차처럼 사람도 잠시 멈춰야 할 때는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게 한쪽으로 비켜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행로를 점령한 갖가지 장애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길 한복판을 점령한 채 한바탕 수다를 떠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입간판을 세우기 위한 가게들의 경쟁에서 비롯된 답답함은 종종 폭행 사건으로까지 번진다.
경찰 관계자는 “자동차도 차선을 지키듯 사람도 선을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면 지금보다 갈등이 훨씬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