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 논설위원
세금 회피도 창의적?
그런 구글이 세금을 똑바로 내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조세 회피가 커다란 사회 이슈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에서 돈을 버는 이들은 세율이 낮은 나라에 자회사를 차려놓고 대부분의 이익을 그쪽으로 보내 세금을 절약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버는 만큼 세금을 낸다’는 건전한 상식에 어긋난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12.5%)로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다. 구글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발생한 광고대금을 아일랜드를 거쳐 네덜란드와 버뮤다로 옮기는 방법으로 세금을 줄여왔다. 2006∼2011년엔 영국에서 19조 원의 광고매출을 올렸지만 겨우 170억 원의 세금을 냈다. 영국 의회는 구글 책임자를 불러 청문회를 여는 등 시끌벅적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지난해 말 조세 회피 기업들에 수익의 25%를 추징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프랑스도 이미 별도 과세를 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구글과 애플의 매출 자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 실적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를 차려놓고 영업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구글이 모바일 앱마켓에서만 2조 원, 애플 앱스토어는 1조4000억 원을 번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의 국내 매출도 아일랜드로 보내져 한국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4조4690억 원, 네이버가 1536억 원의 법인세를 냈으니 한국 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하는 셈이다.
지난주 방한한 에릭 슈밋 알파벳 회장에게 “지금까지 세금을 충분히 냈다고 생각하느냐”고 직접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강조했지만 세계 여러 나라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20개국(G20)과 협력해 다국적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기업정보를 공유하여 실제로 활동하는 나라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명 ‘구글세’라고 불리는 새로운 국제 조세체계는 15일 터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확정된다.
‘구글稅’ 도입 임박했다
세금 납부와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기본 임무다. 구글과 애플이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류에 기여한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기업시민의 자격이 없다. 슈밋 회장은 “세금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 생각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납세도 올바로 하길 바란다. 한국은 그동안 조세 회피에 손 놓고 있었다. 국내 기업에는 ‘갑질’ 하는 한국 정부가 국제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다국적기업에 ‘핫바지’ 노릇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