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두 스포츠부 부장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롯데 시절 이대호는 130kg에 가까운 큰 덩치에도 물 흐르듯 부드러운 타격 폼으로 도루를 빼고 타자가 받을 수 있는 상을 모두 휩쓸었다. 물론 체중 감량을 지시한 감독이 롯데를 떠난 뒤였다. 지금도 비슷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이대호 덕분에 이제는 누구도 체중이 타격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서건창은 타격 자세로도 화제가 됐다. 야구 교본은 물론이고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볼 수 없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그의 타격 자세는 스스로 만든 것이다. 자신만의 타격 자세를 고안하기 전에도 서건창은 신인왕을 받을 정도로 정상급 타자였다. 그런 만큼 타격 자세를 고치는 것은 서건창에게나 소속 팀에나 모험이었다. 그런데도 서건창이 시행착오 속에서 자신에게 더 맞는 자세를 찾는 동안 감독과 코치 누구도 그의 모험을 말리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선수들의 타격 자세가 제각각이다. 서건창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매년 시즌이 끝난 뒤 타격 자세를 조금씩 바꾼다. 이 과정에서 소위 ‘FM(Field Manual)’이라고 말하는 정석은 없어진 지 오래다. 이렇게 된 데는 선수들의 노력이 컸다. 하지만 지도자들이 생각을 바꾼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수들에게 교본에 나오는 타격 자세를 고집하는 프로야구 지도자는 이제 없다. 그 대신 선수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맞는 타격 자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 됐다. 요즘 유행하는 ‘창의력 교육’이 이미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야구가 올림픽 정상에 오르고,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정상급 야수가 된 데는 바로 이러한 창의력 교육이 큰 힘이 됐다.
야구 교본은 야구의 발상지인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그 교본은 프로야구 출범 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수준 차이는 30여 년 사이 급속도로 좁아졌다. 현장 지도자의 변화 덕분이다.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학교 교실에서도 다르지 않다.
이현두 스포츠부 부장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