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엑소시스트 영화 ‘검은 사제들’ 강동원-김윤석 주연
영화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이 지난해 연출한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바꾼 작품이다. 강동원(왼쪽)과 김윤석은 구마 의식을 행하는 신부로 나온다. 퍼스트룩 제공
두 신부는 십자가와 성수뿐 아니라 프란체스코의 종, 영대(領帶) 같은 낯선 소품을 이용한다. 성경책을 펴놓고 ‘라틴어’로 기도문도 외운다. 영화에서 주로 무당의 굿을 봐오던 한국 관객에겐 낯선 광경이다.
‘한국판 엑소시스트’라고 불리는 이 영화에 대해 담당 기자들이 영화를 샅샅이 밝혀 보기 위한 ‘쌈 의식(?)’을 진행했다.
▽김배중=‘얼굴의 완성은 패션’이라고 하던데 다 거짓말이야. 강동원 보면 그냥 패션이 강동원한테 신세지는 것 같아.
▽이=영화 초반 추리닝 입고 건들거리는 모습, 배낭 메고 돌아다니는 모습, 심지어 돼지를 안고 있는 모습도 귀여웠어. 강동원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어.
▽김=한국판 엑소시즘 영화 자체는 어때? 서양에선 엑소시즘 영화가 흔하지만 우리에겐 신선하지 않아? 이질적 소재를 ‘희생정신’ 같은 우리 정서로 보여주려 한 것 같아. 구마 의식을 행하는 곳인 서울 명동 골목의 허름한 집도 친숙하게 느껴졌고.
▽이=그렇다 해도 한국에서 구마 의식 소재 영화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안 가. 특히 40분 넘게 나오는 구마 의식 장면에 집중한 탓에 두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설명도 부족했어.
▽김=영화 초반 제법 날라리같이 묘사된 최 신부가 후반에 거두절미하고 착한 사람으로만 나와서 아쉬워. 난 최 신부와 같은 1986년생 ‘범띠’인데 범띠가 영적으로 가장 민감하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해.
▽김=구마 의식에 가장 필요한 ‘프란체스코의 종’이 택배 배송되는 것도 황당하긴 해.
▽이=두 신부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에 시간을 더 할애하거나 종과 같은 성물을 몸소 찾으러 떠나는 여정이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힘을 합쳐 구마 의식을 할 때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을까.
▽김=그렇다면 건질 건 배우라고 해야 하나. 연기는 어땠어?
▽이=인물 설정이 아쉬웠어. 김 신부는 평면적인 캐릭터고 최 신부의 개에 관한 트라우마는 진부했고. 인물의 숨겨진 천재성이 드러나거나 반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징그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기 자신을 다 내려놨어. 그래도 여배우인데, 다음 작품에선 예쁘게 나올 수 있는 역을 맡으면 좋겠어.
▽김=영화 끝에 나오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마음속에 잔잔하게 울려. 이야기 전개는 아쉽지만 믿음 주는 배우가 있고 볼거리는 있는 영화야.
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