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 없는게 관례… 日이 포함 요구 (1) “한국, 오찬을 위안부협상 카드로… 日이 거절”? (2) “손님 초대해 놓고 홀대”? (3) “외교회담때 소녀상 거론”?
○ 일본 “한국, 오찬으로 위안부 협상 압박” 호도
일본의 극우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3일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협상의 연내 타결을 약속하면 오찬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점심 따위로 국익을 깎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2008년 한중일 정상회의가 시작된 이래 주최국이 참석국 정상과 별도의 양자 오찬·만찬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찬이 없는 게 관례이니 협상 도구로 쓸 이유도 없는 것이다.
○ 중국은 석 달 전에 ‘공식방문’ 의전 요청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따로 만찬을 한 것은 리 총리의 방한이 ‘공식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8월 말 “‘공식방문’으로 방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빈-공식-실무방문으로 나뉘는 의전에 맞춰 별도 만찬이 제공된 것. 반면 일본은 이런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베 총리의 공항 영접에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보내는 등 일상적인 실무방문(외교부 국장이 영접)보다 격을 높인 의전을 제공했다.
1일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이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를 언급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정상회담의 형식과 의제에 논의가 집중돼 소녀상은 거론되지 않았다. 같은 날 마이니치신문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한국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문제에서도 말을 바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6월 한일 외교장관이 맺은 합의를 파기하려고 한 것은 일본어 번역을 다르게 했던 일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위안부 문제 타결 조치를 정상회담에서 언급하려 했으나 일본이 이를 거부해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이라는 일본의 요구가 실현됐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 결과물도 일본 외교의 성과로 포장한 것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