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충돌] “이완용 조카의 제자이니까 친일학자”… 사실 아닌 내용으로 원색적 인신공격 일부 제자들 집필반대 피켓시위… “공부만 한 사람 권력이 악용” 주장
상고사 부분 대표 집필을 맡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몸담았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졸업생들은 4일부터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1인 또는 2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국정 교과서 반대’ ‘최몽룡 교수님! 역사학자로서의 마지막 양심마저 버리지 마세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최 명예교수의 집필진 참여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학과 동문 모임인 ‘고미회’의 회장으로 4일 서울대 앞에서 시위를 한 백경휘 씨(91학번)는 “제자 된 입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국민적 합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국정 교과서에 참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게 동문들의 뜻”이라며 “최 교수님은 명예교수로서 학과의 대표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과 출신들이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심정에서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과 출신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학문적 순결함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어 슬퍼진다” “최 선생님처럼 변함없이 공부만 하는 사람을 악용하는 권력이 가장 나쁜 건데 우리는 다들 최 선생님 얘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정화 반대를 지지하는 광고를 내자” 등 많은 글을 올리고 있다.
두 집필진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판도 적지 않다. 최 명예교수에 대해서는 ‘이완용의 조카인 이병도의 제자이므로 대표적인 친일 학자’라는 글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완용과 이병도는 친척 관계가 아니며, 최 명예교수를 친일 학자라고 분류할 근거도 없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과 두 대표 집필자가 모두 70세 전후의 원로 학자라는 점을 들어 ‘늙은이들의 교과서’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글도 많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이런 비판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신 명예교수는 집필진을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그게 뭐 비밀인가. 현역에 있는 교수들은 비판을 받을 것 같아 꺼리는 것 같은데, 11월 30일엔 집필진을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도 인터넷에 비판적인 글이 도는 것에 대해 “오해도 많고, 난 신경 안 쓴다. 인터넷을 보면 나는 친일파로 몰려 있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거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둘러싼 비판 수위가 계속 높아지면 국편이 추가로 집필진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집필진으로 초빙 권고를 받았던 이들도 이런 비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집필 자체를 거부하거나, 권고는 수락했지만 신상 비공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