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승찬의 SNS 민심]“日, 정상회담 끝나자 위안부 딴소리”

입력 | 2015-11-06 03:00:00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위안부 문제 연내 타결’이라는 달콤한 유혹은 오래가지 않았다. 2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위안부 문제가 다시 제기됐지만 일본으로 돌아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골포스트’를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판단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연내 해결이 어렵다는 자세도 고수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아베 총리가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위안부 문제는 다 끝난 것이라는 주장을 쏟아냈다”는 내용을 여러 누리꾼이 퍼뜨렸다.

청와대는 5일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일본 정부가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보다 성의 있는 자세로 임해서 조속한 시일 내 해결됐으면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거기에 큰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위안부 문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에 관련된 문제다. 일본 정부가 보상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국민 정서상 단순한 보상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이다. 누리꾼들은 보상을 대가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주문한 일본 정부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187c***가 올린 “큰일이 터졌습니다. 일본이 위안부 지원 사업금을 줄 테니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우리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이 돈을 받으면 위안부에 관련한 아무 언급도 못 하게 됩니다”라는 트윗은 무려 9032건이나 퍼져 나갔다. 소녀상은 존엄을 상징한다. 위안부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도 소녀상이었다. @safe*****가 사진과 함께 올린 “일본인이 위안부를 조롱하기 위해 만든 조각상 이름은 섹시 레이디. 대한민국 국민이면 열 받겠죠. 리트윗합시다”라는 글은 무려 1만384건 리트윗됐다. 리트윗이 1만 건이 넘었다는 것은 위안부 문제가 일반적인 정치, 사회 이슈보다 그 파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소녀상과 관련해서는 “한국인 ‘위안부’ 소녀상이 ‘짝꿍’인 중국인 위안부 소녀상을 만나게 됐다. 일제 피해자들의 삶을 위로하기 위해 한중 작가들이 뜻을 모아 소녀상을 세웠다”는 내용도 사진과 함께 널리 퍼졌다.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1주일 동안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 뉴스 등 소셜미디어에서 ‘위안부’를 언급한 문서는 모두 4만4431건이 검색됐다. 평소 1000건 내외이던 언급량이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2일에 7963건으로 치솟았고 3일 1만1862건, 4일 1만7965건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지금 소셜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국정 교과서 이슈와 맞물려 폭넓은 관심을 끌었다고 볼 수 있다. 교학사 교과서가 “일본군에게 끌려다닌 위안부 할머니들을 자발적으로 따라다녔다고 모독했다”는 사실도 새삼 폭넓게 오르내렸다.

위안부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앞서 언급한 대로 소녀상이었고 2위는 돈이었다. 소녀상은 존엄을, 돈은 보상을 뜻한다. 외교는 이 둘의 균형점을 잘 찾아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본은 존엄을 지키는 일에도, 보상을 하는 일에도 매우 소극적이다. 한일관계가 여전히 밝지 않다는 사실을 뜻한다.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writ*****가 올린 “소녀상 철거해주면 위안부 지원 사업금 내줄게 vs 위안부 문제 올해 안으로 타결해 주면 점심 사줄게”라는 트윗도 널리 퍼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오찬을 둘러싼 해프닝이 관심을 끈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기, 꽃등심 같은 키워드들도 언급됐다.

전체 연관어 3, 4, 5위엔 정부, 지원, 아베가 올랐고 6위는 정상회담이 차지했다. 7위는 일본군이 차지했고 8위에 조기해결이 올라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9위는 박근혜, 10위는 중국이 차지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뭘 더 기다리라는 말이냐. 알맹이 없는 결과”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보수 강경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pure****는 “NHK에서 한일 정상회담 관련해서 해설을 하는데 위안부 앞에 자막도 리포트도 코멘트도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집요하게 ‘이른바(いわゆる)’를 붙인다”며 일본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과거사에 뒤얽힌 한일관계의 실타래는 이번에도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