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일 경제부 기자
5년마다 진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하기 위해 지난달 말 통계청장과 통계청 직원들이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현장에 동행하면서 겪은 일이었다. 통계청 직원들은 “출발 당일 아침에도 기상청은 울릉도까지 배로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를 위해 몇 주 전부터 기상청에서 기상 자료를 받아보기도 했다.
다음 날 다시 배를 띄워 울릉도에 도착하고 보니 울릉도 주민들은 전날 포항에서 배가 뜨지 못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일본 기상청이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배를 운항하기 힘들다고 예보했기 때문이었다. 한 울릉도 주민은 “여기 사람들은 한국 기상청 예보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로선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국민이 불신을 갖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장밋빛 전망 중에 실현된 게 과연 얼마나 있는가 말이다. 대표적인 게 경제성장률이다.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2015년 경제 정책 방향’에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8%로 예측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을 계속 바꾸다 지금은 3%대 성장률을 지키기도 버거워 보인다. 2013년 5월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약속한 ‘증세 없는 재원 확보’도 결국 공염불이 됐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변수를 예측하지 못했다거나 지하경제 양성화가 잘 안됐다고 나무라려는 게 아니다. 어떤 변수가 불거질지 모르는 실물 경제에 대해 너무 장밋빛으로만 전망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스위스의 민간 경영대학원인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한국 정부의 효율성은 지난해 26위에서 올해 28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4대 구조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 실력을 키우고, 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것, 이게 지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손영일 경제부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