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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전략적 예측 불가능성의 균형을 깨라

입력 | 2015-11-06 03:00:00

“北, 노동당 창건일 미사일 도발” 모두의 예상 보기좋게 빗나가
韓美, 北의 모든 상황 대비하려면 김정은의 책략 이해도 높이고
정책결정 과정도 더 밝혀내야… 北의 예측불가능성 막기 위한
군사적 억지력 증강도 잊지말아야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북한은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력이 높은 발화점으로 남아 있다. 작은 분쟁이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크 밀리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북한은 미래의 어떤 시점에 통일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이 평화적으로 될지, 아니면 폭력적으로 될지는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움직이는 자의 이익’을 김정은에게 내준다면 한반도 미래에 대한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김정은은 우리가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우리를 놀라게 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미사일 발사는 없었고 분석가들은 아직도 그 이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정은이 도발하는 날짜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그것을 막는 가장 좋은 길이지만 그의 결정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평양이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의 도발이 없는 상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별로 전달할 게 없었던 회담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위한 기술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유감스러운 오해가 있었던 점만 부각됐다. 미국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거의 관심권 밖이었다.

한미동맹이 북한의 연착륙 또는 경착륙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사결정을 (북한이)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동시에 김정은의 교묘한 책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 핵심부에 속한 인사들과 기관들을 이해하는 것을 포함한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은 외부에 열려 있다. 지난달 말 북한인권위원회는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이 지은 ‘북한판 사상누각’을 출간했다. 이 책은 김정은의 가계뿐만 아니라 개인비서와 궁정경제, 내부 보안기구 등까지 다루고 있다.

고스의 책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의 ‘예측불가능성의 균형’에 변화를 가져올 전략을 짜는 데 필수적이다. 정책결정자들이 북한의 정책결정 과정을 밝혀내기 위해 북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정조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인권 문제로 공세를 취함으로써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을 탈북의 길로 내몰고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한 데 대해 김정은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김정은이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지만 이는 작은 전술적 후퇴에 지나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이 촉발한 위기를 가라앉혔고 시간도 벌었다.

북한의 불법 무역을 차단하는 일은 한미동맹이 ‘전략적 인내’로 대하기보다 더 행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또 하나의 분야다. 예를 들어 연간 40억 달러에 이르는 김정은의 불법 경제활동이 노동당 38호실과 39호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과 미국이 이해한다면 북한의 추가 도발을 포기시키고 국제 규범을 지키도록 만들 더 많은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을 막아낼 또 다른 수단, 즉 군사적 억지력 증강이라는 방법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정은이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완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모든 방면의 전략과 구체적인 수순을 강화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급속히 붕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사상누각’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배반으로 점철된 미국의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도 유사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위험하리만큼 기만적이다. 북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한미동맹은 전략적 예측불가능성의 간극을 좁혀 나가야 한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