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새들이 보았습니다.
해질 무렵 공원은 어스름한데
할머니와 또한 그렇게 늙은 아저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나무 위의 새들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황혼
집은 없어도
흐르는 세월에
다정을 싣고
오손도손 그렇게 살아가자고
귓속말로 사랑한다 했습니다.
사랑이란 그 무엇인가
그리고 또 인간이란.
임진수 시인은 유명한 시인이 아니다. 그의 본업은 신문기자였고 시집은 한 권뿐이다. 그래서 그는 알 만한 사람만 알고 있는 시인이다. 말을 달리 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최고라는 평가를 받진 않았지만 그의 시를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인이 보여주는 순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낯설지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속되거나 천하지도 않다. 누구든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인생의 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시인은 새들의 입을 빌려 우회적으로 ‘사람의 인생’을 풀어놓는다. 해가 ‘어둑어둑 저물어갈 무렵에’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공원에 앉아 있다. 그들의 인생도 이제 ‘어둑어둑 저물어갈 무렵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인생의 황혼을 부정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앉아서 노을을 온몸으로 받는 것처럼 노부부는 그저 황혼의 시기를 충실하게 살아내고 있다.
인간답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의 소박함은 임진수 시인에게도 아름다운 가치였고, 또한 지금 독자에게도 아름다운 가치로 옹호되고 있다. 이런 시를 좋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떤 작품을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많이 가진 사람만이 행복하게 살고 최고 잘난 사람만이 살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듯, 최고로 유명한 작품만 읽힐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민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