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파멸시킨 건 자신일까 대중일까
크게 부풀린 머리, 진한 아이라인에 빛나는 재능으로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곧 당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그의 솔직한 화법과 사생활은 미디어와 대중의 좋은 먹잇감이기도 했다. 더쿱 제공
영화는 1998년 어린 소녀의 얼굴을 한 와인하우스가 원숙한 재즈 가수의 목소리로 친구를 위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섭식장애와 우울증을 앓았던 그녀는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점점 술에 의지하기 시작한다. 연인 블레이크 필더시빌을 만난 뒤로는 마약에까지 손을 댄다.
와인하우스가 불렀던 노래와 그의 삶의 궤적은 절절할 정도로 일치한다. 술 문제를 겪으며 불렀던 ‘리해브’(‘날 재활원에 보내려 했지만/난 싫다고 했어’)부터 연인과 잠시 헤어진 뒤 불렀던 ‘백 투 블랙’(‘우린 말로만 작별을 고했지만/나는 백 번도 더 죽었어/넌 그녀에게 돌아가고/난 다시 어둠 속으로’)까지.
“스타가 되려고 노래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던 소녀는 결국 “재능을 돌려주고 아무 방해 없이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팝스타가 됐다. 미디어와 대중에게 사정없이 물어뜯기는 스타, 특히 여성 스타가 그 뿐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눈이 시릴 정도로 터지는 플래시 앞, 공허한 와인하우스의 표정에서 그를 망가뜨린 것이 누구인지 생각하며 비감(悲感)을 넘어선 죄책감마저 들도록 만든다. 18세 이상.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