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서울캠퍼스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에서 발병한 집단 폐렴은 실험실 내 동물 사료에서 생긴 곰팡이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9일 이후 55명이 집단 폐렴 증상을 보여 질병관리본부가 대학 건물을 폐쇄하고 원인을 추적했다. 본보가 수도권 12개 대학의 실험실 연구자들을 취재해 보니 건국대와 마찬가지로 안전관리가 허술했다. 이번 집단 발병도 안전규칙에 ‘동물 사료를 격리된 공간에서 부패시켜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대학 및 연구소 실험실은 4만1600개나 되지만 대학이나 연구소나 안전관리는 뒷전이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에 보고된 연구실 사고는 166건으로 전년보다 55% 늘었다. 2013년 세종대에서 두 차례 화학물질 사고가 났고 같은 해 부산 부경대에선 폭발사고로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안전관리는 더 부실하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대장균을 배양하는 실험실에서 밥을 해먹거나 세균을 보관하는 냉장고에 음식을 같이 넣어두는 위험천만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2006년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을 거듭했으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그나마 안 지키는 사례가 많다. 실험자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안전교육을 받게 돼 있지만 동영상으로 대충 넘긴다. 미국에서는 실험을 하려면 참가자들이 한 달 내내 직접 안전교육을 받고 시험까지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