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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35분 고량주 만찬’ 발그레해진 習-馬

입력 | 2015-11-09 03:00:00

[中-대만 66년만에 정상회담]양국 국기 상징색 넥타이 매고
中의 대만포격 중단 합의때 만든 57도 ‘진먼 고량주’ 만찬에 올려
회담장소-만찬 비용은 더치페이




진먼酒-마쭈라오酒-대만남작… 마잉주의 선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에서 마잉주 대만 총통이 내놓은 알코올 도수 57도의 진먼 고량주(왼쪽 사진). 마 총통은 이날 자신이 즐기는 마쭈라오주(가운데 사진) 8통과 대만 산악지역에 서식하는 파란 까치를 형상화한 공예품 ‘대만남작’(오른쪽 사진)을 중국 측 인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동아일보DB

이번 양안 정상회담에서는 서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가득했다. 양복은 두 사람 모두 색깔이 감청색으로 비슷했지만 넥타이만큼은 시진핑 주석이 붉은색, 마잉주 총통은 푸른색을 맸다. 붉은색은 중국 공산당 당기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국기 색인 중국의 대표색이며 푸른색은 국민당 당기와 중화민국(대만) 국기 색인 대만의 대표 색이다. 2005년 베이징(北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롄잔(連戰) 당시 국민당 명예주석이 분단 이후 처음 ‘국공회담’을 가졌을 때에도 각자 붉은색과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이날 양안 정상회담이 열린 회담장 벽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노란색’이었다. 만찬 때 원형 탁자에 놓인 양측의 이름을 적어 놓은 명패도 중국은 간체자, 대만은 번체자로 각자 현재 쓰고 있는 글자체였다. 서로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만찬장에서 마 총통이 내놓은 술도 ‘양안 화해’의 뜻을 담았다며 화제가 됐다. 마 총통은 제조일자가 1990년 9월 27일로 되어 있는 알코올 도수 57도의 진먼(金門) 고량주 ‘진먼천가오(金門陳高)’ 두 병을 내놓았다. 이 술은 가오화주(高華柱) 전 대만 국방부장이 소장했던 것으로 술에 적힌 제조일자는 중국이 1970년대 말까지 간헐적으로 포격했던 대만 땅 진먼다오(金門島)에 대해 중국이 포격을 중단하기로 한 날이다. 술 소장자 가오 부장은 협약 당시 진먼다오 부대장을 맡고 있었다.

중화권 언론은 “만찬장에서 나온 마 총통은 얼굴이 발그레했다”고 전했다. 홍콩 펑황왕(鳳凰網)은 “곤드레만드레 취한 표정”이었다고 밝히는 등 두 정상이 주량을 겨뤘다는 추측이 쏟아지자 마 총통은 귀국 전용기에서 대만 기자들에게 “나는 취하지 않았었다. 우리는 주량을 겨루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마 총통은 만찬 후 자신이 즐기는 마쭈라오주(馬祖老酒) 8통과 대만 산악지역에 사는 파란 까치를 형상화한 공예품 ‘대만남작(臺灣藍鵲)’을 선물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장 임차료와 만찬 비용 등을 각자 지불해 대등함을 강조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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